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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을 홍보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례적으로 중국군 내부 인사가 등장해 “록히드 마틴의 F-22, F-35 생산 라인과 같은 첨단 ‘펄스(pulse) 조립 라인’을 갖췄으며 미국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J-20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더군요.
SCMP는 서방 인사들이 중국 뉴스를 접하는 채널입니다. 여기에다 대고 스텔스 전투기 군비 경쟁을 예고한 거죠.
◇느닷없는 J-20 스텔스기 홍보전
중국군은 11월 초순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주하이 에어쇼에도 J-20 4대를 내보내 고난도 기동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일부는 공항에 착륙해 관람객들이 자세한 외관도 볼 수 있게 했어요. 엔진 동력 부족 등 그동안 서방과 러시아가 제기해온 성능상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갑자기 J-20 홍보전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어요. 미국이 11월1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있는 F-15 전투기를 단계적으로 퇴역시키고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12대를 순환 배치한다고 발표한 게 중국을 자극했습니다.
F-15는 실전 배치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죠. 가데나 기지에는 총 48대의 F-15가 있는데, 이를 F-22, F-35 같은 스텔스 전투기로 단계적으로 대체한다는 게 미국의 계획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합쳐서 100대 이상의 F-35가 들어오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스텔스 전투기에 포위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거죠.
우리 공군 F-35 전투기 편대가 최근 미 공군 F-16 편대와 함께 연합공중훈련을 하면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원점에 레이저 유도폭탄 GBU-12를 투하하는 연습을 한 것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전자장비는 앞서지만, 기동력은 떨어져
J-20은 1990년대 후반부터 F-22를 겨냥해 개발을 시작한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2011년 시험 비행에 들어갔고 2017년 실전 배치가 이뤄졌죠.
지금까지 생산된 J-20 전투기는 200대에 가깝다고 합니다. 중국군은 중국 전역의 5대 전구 사령부에 모두 J-20이 배치돼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있었던 대만 포위 훈련 때는 처음으로 J-20 등장해 실전 사격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J-20은 길이가 21.2미터로 F-22보다 약간 큰 대형 전투기인데, 자세한 제원이나 성능은 공개돼 있지 않아요. 서방 전문가들은 스텔스 성능은 수준급인 것으로 봅니다. F-22보다 훨씬 뒤에 개발된 기종인 만큼 레이더와 헬멧장착 디스플레이 등 전자통신장비도 첨단이라고 해요. 가격도 1억1000만 달러로 F-22의 절반 수준입니다.
반면, 자체 개발해 장착한 WS-10C 제트 엔진은 추진력이 떨어져 5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필수적인 순항 능력, 고난도 기동 측면에서는 F-22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해요. 중국은 F-22와 맞먹는 추진력을 가진 WS-15 엔진을 개발 중인데, 아직 완성을 못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스텔스 전투기라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먼 거리에서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면 4세대 전투기는 상대가 되지 않겠죠. 미국은 중국 해커들이 미국 방산업체와 군사용 컴퓨터를 해킹해 F-35의 스텔스 기술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F-21도 스텔스기 개량 필요
중국군 출신 군사전문가 푸첸샤오는 SCMP 인터뷰에서 “J-20은 F-22와 대등한 수준이고, F-35에 비해서는 더 첨단인 기종”이라고 했더군요. 이에 대해 미 공군대학 항공기 전문가인 스티브 버제스는 “중국 내 제공권은 우위에 있겠지만, 서태평양으로 나오면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종사 수준과 공중재급유, 정보 네트워크, F-22와F-35의 선진 기술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했습니다. 말은 점잖게 했지만, 아직 상대가 아니라는 취지로 보여요.
록히드 마틴의 첨단 생산 라인은 정상 가동이 되면 연간 300대의 F-35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같은 생산 라인을 도입했다면 중국 역시 비슷한 규모로 J-20을 생산할 수 있겠죠.
중국은 또 J-20보다 가벼운 함재기용 J-35도 시험 비행을 진행 중입니다. 1500대에 이르는 중국 전투기 상당수가 앞으로 스텔스 전투기로 바뀐다고 봐야겠죠.
미중 간 스텔스기 경쟁은 중국을 코앞에 둔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중국 공군의 스텔스화에 대응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겠죠. 하지만 현재 시험비행 중인 KF-21 전투기를 스텔스기로 개량하는 작업이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K-방산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