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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방산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돼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여기엔 폴란드 방산 수출 대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폴란드에는 K2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 등이 30조원 이상 규모로 수출될 예정인데요, 탄약 등 후속 군수지원과 파생형 무기 수출 등까지 포함하면 그 총규모는 5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입니다.
◇ 한-폴란드 36개 업체 참가한 방산협력 컨퍼런스 첫 개최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처음으로 한-폴란드 방산협력 컨퍼런스가 열렸는데요, 마침 여기에 참석할 기회가 생겨 ‘한국 방산 수출 핫플레이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한-폴 방산협력 컨퍼런스 2022′는 지난달 29일 바르샤바 메리어트 호텔에서 주폴란드 한국대사관과 폴란드 최대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인 디펜스24가 공동 주최하고 폴란드 국방부, 한국 방위사업청,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PGZ, 한국 방위산업진흥회 등이 주관하는 형태로 하루 종일 개최됐습니다.
오전엔 내빈 축사와 한국 및 폴란드 정부 관계자의 발표, 패널 토의가, 오후엔 한·폴란드 방산업체들의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는데요, 오후 세션에선 5시간여 동안 무려 36개 업체가 발표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과 엄동환 방사청장도 직접 참석은 못했지만 축사를 통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오전 세션에서 단연 주목을 끈 사람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흐바웩 PGZ 회장입니다. 브와슈차크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난 5월 방한해 이종섭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폴란드 방산수출 대박’의 물꼬를 공식적으로 텄던 인물입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축사를 통해 “양국 정부의 협력 의지로 빠른 시일 내 대규모 방산 협력이 가능했으며, 한-폴 방산 협력은 상호 호혜적”이라고 평가한 뒤 “한-폴 방산 협력을 통해 양국 방산 업계는 공동으로 제3국 시장 진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 폴란드 국방장관, 최대 방산업체 회장 “한-폴 방산협력으로 제3국 시장 진출”
양국 방산업체의 제3국 공동 진출은 말 그대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윈-윈’ 모델이지요. 우리가 단순히 폴란드군에만 무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유럽과 북유럽 등 우리 외연을 확장, 일종의 ‘전과(戰果) 확대’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흐바웩 PGZ 회장도 인사말을 통해 “신뢰에 기반한 한-폴 방산 협력은 양국 방산 업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를 활용해 공동으로 제3국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PGZ는 산하에 31개 업체를 거느린 국영 거대 방산 그룹으로 자주포, 다연장로켓, 무인기 등 다양한 무기를 생산하는 폴란드 방산의 대표선수입니다. 이날 오후 폴란드측 발표 18개 업체 중 절반인 9개 업체가 PGZ 계열사였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PGZ 회장도 국방장관과 함께 제3국 시장 진출을 강조한 것입니다.
국내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또다른 폴란드측 핵심 인물들이 치호츠키 폴란드 국방부 군비정책국 국장과 사로시엑 군비정책국 차장인데요, 군비정책국은 폴란드 무기도입을 결정하는 핵심 부서입니다. 특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로시엑 차장은 외형상 군비정책국의 2인자이지만 브와슈차크 국방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이번에 한국 무기 대량 도입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로시엑 차장은 오전 세션 발표를 통해 왜 폴란드가 미국, 독일이 아닌 한국 무기들을 선택했는지, 폴란드는 한국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 “폴란드 원하는 시기에 무기 공급 가능한 나라는 한국뿐”
그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폴란드가 시급하게 무기 도입을 원했는데 그 납기(納期)를 맞출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폴란드가 지난주 한국산 무기 도입 선급금을 관행(10% 수준)보다 훨씬 많은 30%나 지급한 것도 약속했던 시기에 꼭 무기를 공급해달라는 ‘압박’의 의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달 초 초도분인 K2 전차 10대, K9 자주포 24문이 폴란드에 도착하는데 폴란드 정부는 우리 예상을 초월하는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도 폴란드가 우리 무기를 도입하는 진짜 이유와 다급함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로시엑 차장은 이날 저녁 6시쯤 컨퍼런스가 끝날 때까지 우리측 정부 대표인 성일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과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켜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오전 세션에선 양국 정부 대표, 폴란드 진출 3사(현대로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KAI) 고위 관계자, 폴란드 방산그룹 PGZ 고위관계자가 참여하는 패널 토의도 열렸는데요, 패널 토의가 끝난 뒤 폴란드 기자들의 열띤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폴란드 기자들은 폴란드에서 생산될 K2 전차 규모 등 한국측이 폴란드 방산 발전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주고 기여할 것인가에 초점에 맞춰 질문을 해 폴란드 일각의 우려를 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우리 정부와 업체에서 관심을 갖고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 양국 대형, 중소 방산업체 18개씩 균형 맞춰 5시간여 동안 발표
오후 세션에선 양국 업체가 각각 18개씩 균형을 맞춰 36개 업체가 발표했는데요, 물리적인 한계로 5~10분 정도씩 밖에 시간이 할애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측에선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KAI,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풍산, 현대코퍼레이션, SNT모티브 등 대형 업체는 물론 중소업체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다산기공, 두레텍, 내비웍스, D.I 옵티컬, Dacc 카본, 에이스 뷰 등도 참가해 회사 및 제품 소개를 했습니다.
한국 업체들 참가엔 나상웅 방진회 부회장이 역할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폴란드측에선 K9 자주포 차체로 크랩 자주포를 만들고 있는 HSW를 비롯, 각종 로봇을 만드는 파가즈, WB 일렉트로닉스 등이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했습니다.
방사청 성일 본부장은 이날 맺음말에서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양국의 방산업체들이 서로 만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공통의 국민 정서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한-폴 방산협력이 다양한 형태로 폭넓게 발전해 양국의 국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 양국 윈-윈 모델 논의 출발선 된 방산협력 컨퍼런스
이번 컨퍼런스는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어서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행사를 주최한 임훈민 주폴란드대사가 “양국 모두 상호 윈-윈 하는 장기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얘기했듯이 윈-윈 모델 논의의 출발선이 됐다는 데 그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로 한-폴란드 방산협력 컨퍼런스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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