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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하순 글로벌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택티컬 리포트(Tactical Report)’에 눈길을 끄는 소식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중국 국유기업인 시안항공공업이 중고 전폭기 젠훙(殲轟)-7(JH-7) 페이바오(飛豹) 200여대를 처분할 계획인데, 이집트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였어요.
이 매체는 일부 JH-7 군사 원조 형태로 북한에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썼습니다. 이란, 파키스탄도 구매 후보국으로 거론됐어요.
JH-7은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동안 중국의 주력 전폭기 역할을 했던 기종입니다. 최대 이륙 중량(28톤), 무장탑재량(9톤) 등이 우리 공군이 보유한 F-15K, 프랑스의 다목적 전투기 라팔 등과 비슷합니다.
◇김정일, 공여 요청했다 거절당한 기종
지금은 수호이-30 MK2를 베껴 만든 J-16,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J-20 등에 밀려 은퇴를 앞둔 신세지만, 1980년대 말 옛소련에서 사들인 미그-29가 최신 기종인 북한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된 전폭기라고 할 수 있겠죠. JH-7은 2010년5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이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에게 30여대를 공여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던 바로 그 기종입니다.
JH-7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입니다. 당시 파라셀군도 등 남중국해 도서 지역 영유권을 둘러싸고 베트남과 무력 충돌을 벌였던 중국 해군은 장거리를 날아와 상대방 전투기를 제압하면서 대함 폭격 등 공중 지원 임무도 수행할 수 있는 전폭기 개발을 공산당 고위층에 요청했죠.
시제기가 처음 날아오른 건 1988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개혁개방으로 서방과 관계가 좋아 이 전폭기엔 영국제 롤스로이스 엔진 2대를 장착할 수 있었죠. JH-7은 1992년에 처음 실전 배치가 이뤄졌는데 천안문사태 이후 영국이 엔진 공급을 중단하면서 한동안 양산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느닷없는 군사비행장 활주로 확장
제대로 된 JH-7이 등장한 건 2004년이었어요. 롤스로이스 엔진을 베껴 만든 WS-9라는 자체 제트 엔진, 역시 자체 개발한 JL-10A 레이더 등을 장착한 JH-7A라는 향상된 버전의 전폭기를 내놨습니다. 중국은 이 기종을 200여대 생산했는데, 상당수는 도입한 지 15년 전후로 아직 10년 이상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JH-7은 항속거리 최대 3700㎞에 작전 반경이 1600㎞에 이르는 중형 공격기입니다. 최대 속도는 마하 1.75로 공대공 미사일, 공대함 미사일, 공대지 미사일 등 총 9톤의 무장을 실을 수 있다고 해요.
북한은 1950년대 옛소련이 개발한 폭격기 일류신-28을 중국이 면허 생산한 H-5 30여대를 운용 중입니다. JH-7을 들여와 이 노후 기종을 대체하려는 의도로 보여요.
북한은 2022년 평양 방어용 공군기지인 순천 군사비행장 활주로를 2500미터에서 2800미터로 확장하는 공사를 마쳤는데, JH-7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은 이미 JH-7 제공을 둘러싼 물밑 대화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커요. 전폭기 자체뿐만 아니라 거기에 장착되는 중국산 공대공, 공대함 미사일 등도 같이 들여와야 하는 만큼 상당히 큰 규모의 거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연합군 함대에 위협 요인
JH-7은 4세대 전투기로 우리 공군이 보유한 F-35 스텔스 전투기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워요. 한미연합군의 한반도 제공권을 흔들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어느 정도 성능을 갖춘 만큼 유사시 미그-29와 함께 평양 방공 임무에 투입되고, 한미연합군 함대를 상대로 대함 미사일을 퍼붓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에게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실제로 JH-7을 북한에 제공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모든 무기의 수출입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입니다. 중국이 제공하는 무기가 우리에게 안보 위협이 된다면 한중관계의 미래도 순탄하지는 않겠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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