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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중국 해군이 부산합니다. 첫 국산 항모이자 두 번째 항모인 산둥호 항모전단이 1월 첫째 주부터 남중국해 북쪽 해역에서 대대적인 실전 훈련을 벌였어요. 가상의 대항팀을 만들어 함재기 주·야간 이착륙, 대함·대공 공격, 대잠수함 경계, 구호 등 종합적인 성격의 훈련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번 훈련은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커요. 작년 12월 이 해역 배치가 결정된 미 해군 니미츠호 항모전단이 1월12일 남중국해에 진입했거든요. 그 시기에 맞춰 맞불 훈련을 한 겁니다. 앞서 12월 하순에는 첫 번째 항모 랴오닝호 전단이 괌 서쪽 서태평양 해역에서 15일간 같은 훈련을 했죠.
두 훈련은 앞으로 랴오닝호와 산둥호가 교대로 남중국해에 머무르면서 이 해역의 미 항모전단을 경계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항모의 ‘불편한 동거 시대’가 열린 거죠.
◇관영매체 “기본 작전능력 갖췄다”
산둥호가 연초부터 남중국해 훈련에 나선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올해로 취역 5년차가 된 산둥호 항모전단이 제대로 된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고 싶은 겁니다.
항모전단은 취역 후 작전 능력을 갖출 때까지 통상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요. 함재기만 해도 주간과 야간, 높은 풍랑 등 악천후에 관계없이 언제든 출격하려면 장시간의 훈련을 통해 조종사, 갑판요원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많은 사고와 희생이 따르는 과정이죠.
거대한 항모전단은 손쉬운 공격 대상이기도 합니다. 공중과 육상, 해상, 수중에서 대함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공대함 미사일, 어뢰 등 각종 미사일의 위협에 노출되죠. 조기경보기와 첨단 레이더를 통해 상대방의 공격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방어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훈련 소식을 전하면서 “산둥호가 이번 훈련을 통해 극단적인 해상 상황에서도 각종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썼어요. 중국 항모전단이 이제 기본적인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입니다.
취역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산둥호가 이른 시기에 작전 능력을 갖추게 된 건 첫 번째 항모인 랴오닝호로 미리 예습을 했기 때문이에요.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옛소련 항모를 고쳐 만든 랴오닝호는 함재기 이륙용 스키점프대 등이 산둥호와 거의 동일합니다. 랴오닝호가 2012년 취역했으니 사실상 10년 걸려서 기본 작전능력을 갖춘 거죠.
◇성능과 전투력은 아직 큰 격차
이번 훈련은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작년 12월 하순 괌 서쪽 서태평양 해역에서 훈련한 직후에 진행됐습니다. 두 차례 항모 훈련이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제 중국 항모 전단이 수시로 남중국해에 출동해 미 해군 항모 전단을 직접 견제하겠다는 거예요. 미국의 핵 추진 항모와 달리 중국 항모는 재래식 디젤 엔진을 쓰기 때문에 1~2주 단위로 연료 보급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 주기로 라오닝호와 산둥호가 서로 교대하면서 남중국해에 나타날 것으로 보여요.
홍콩 봉황망의 한 군사 전문 블로거는 1월16일 산둥호의 훈련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의 최신 항모와 미국의 가장 오래된 항모가 남중국해에서 같은 사진 앵글 안에 들어오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산둥호는 2019년 취역한 최신 항모인데, 니미츠호는 1975년 취역해 47년이나 된 낡은 항모라고 주장하는 거죠. 대만해협 위기 때마다 미 항모전단의 위세에 눌려 좌절했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성능이나 작전 능력 등 객관적 지표로 보면 산둥호는 니미츠호의 상대가 아닙니다. 핵 추진 항모인 니미츠호는 배수량 10만톤의 대형 항모로 함재기를 90대나 실을 수 있죠. 핵 추진이라 항속거리도 사실상 무한정입니다.
여기에 비해 산둥호는 배수량 7만 톤급에 탑재 가능한 함재기가 30~40대 정도 수준이에요. 재래식 추진이어서 항속 거리도 한계가 있습니다.
◇남중국해 남북서 대치 구도
가장 큰 차이는 함재기 이륙 방식이에요. 증기식 사출기를 쓰는 니미츠호는 함재기의 이륙 중량이 많아서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등을 운용할 수 있고 전투기의 무장·연료 탑재량도 월등합니다. 반면, 스키점프대로 이륙하는 산둥호는 이륙 중량이 적어 조기경보기 같은 무거운 기체는 실을 수 없고 전투기 무장·연료 탑재량도 크게 떨어져요. 군사 전문가들 말로는 초등학생과 대학생 수준의 차이라고 합니다.
중국 자신도 이런 격차를 잘 알고 있어요. 8만 톤급 배수량에 3대의 전자식 사출기를 갖춘 세 번째 항모 푸젠호가 실전에 투입돼야 어느 정도 전력 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작년 진수식을 갖고 시험 운행 중인 푸젠호는 내년쯤 실전 배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자식 사출기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가 아직 미지수예요.
작년 12월 미 7함대에 배속된 니미츠호는 1월3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필리핀 인근에서 머무르다 1월12일 바시해협을 거쳐 남중국해에 진입했어요. 남중국해를 동서 방향으로 항해하면서 함재기 이착륙, 대잠수함 경계, 공격 등 종합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스카버러섬을 거쳐 지금은 베트남 남부 해역으로 가 있다고 해요.
같은 남중국해이지만 산둥호와는 1000㎞ 전후 거리를 둔 지점에서 산둥호 전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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