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박인국 원장이 1월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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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함에 따라 우리 독자 핵무장 또는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최종현학술원(원장 박인국)이 지난해 말 한국갤럽에 의뢰해 ‘북핵 위기와 안보 상황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우리 국민의 4분의 3 이상이 독자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인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국민의 76.6%가 독자 핵무장에 찬성

먼저 이번 여론조사 방법 및 대상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한국갤럽은 최종현학술원의 의뢰에 따라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는데요, 면접조사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전화 여론조사보다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사 항목별로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76.6%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15.9%, 어느정도 그렇다 60.7%), 23.4%가 ‘그렇지 않다’(별로 그렇지 않다 20.3%, 전혀 그렇지 않다 3.1%)고 각각 응답했다고 합니다. 76.6%의 독자 핵무장 찬성율은 지난 수년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하는데요,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6%가 독자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보수층뿐 아니라 진보층에서도 독자 핵무장 지지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상당히 더 높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와 통일과나눔재단,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3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8.1%가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 미 확장억제 제공에 대해선 국민 절반만 신뢰

이는 ‘핵무기에 대응할 수단은 결국 핵무기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보이는데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지고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우선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77.6%에 달해 ‘가능하다’(22.4%)는 응답을 압도했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78.6%가 ‘그렇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신뢰도 조사결과도 흥미로운 대목인데요, 갤럽이 실제 질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MIRV(다탄두개별재돌입) 등 미사일 개발의 고도화를 통해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8.6%가 미 확장억제 제공을 신뢰하지 않는다 취지로 답했다.

이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1.3%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8.7%로 엇비슷했습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북한의 핵공격 때 미국이 워싱턴, 로스앤젤레스(LA) 같은 자국 대도시의 피해를 우려해 한국을 위해 핵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 국민 61.6%가 정부 북핵 대응전략 ‘모른다’ 응답

한미 양국 정부는 대통령들까지 나서 미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신뢰를 강조해 왔는데 아직도 절반 가량이 불신한다는 것은 양국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국이 지난달 3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후 이례적으로 스텔스기와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잇따라 한반도로 출동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한국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61.6%(전혀 모른다 7.5%, 잘 모른다 54.1%)나 된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정부와 군 당국은 기회있을 때마다 미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 체계를 북핵 대응전략으로 강조해왔는데 국민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지요.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확장억제’ 용어가 너무 어려워 그런 측면도 있기 때문에 ‘확장된 핵우산’ ‘확장 핵우산’ 등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꿀 필요성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래 ‘확장억제’는 영어 ‘Extended Deterrence’를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핵우산 외에 재래식 정밀타격 무기, 미사일 방어 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1.6%가 한국의 북핵 대응전략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과 관련해 응답자의 71.9%가 ‘안보 협력이 가능하다’고 대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28.1%에 불과한 것도 여느 조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결과입니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은 북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3국 안보협력 강화에 추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높은 독자 핵무장 지지여론, 한미 정부와 정치권에 상당한 압박될 듯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64.1%가 ‘가능성이 없다’(전혀 없다 11.6%, 별로 없다 52.5%)고 응답,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자의 2배를 기록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찬성 비율이 51%로 조사됐는데요, 반대한다는 응답 비율은 18.9%였고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도 30.1%에 달했습니다.

일본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는데요,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3.5%로,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36.5%)보다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별 호감도도 조사됐는데요, 결과는 미국(7.37점), 영국(6.27점), 독일(5.97점), 베트남(5.24점), 일본(5.04점), 중국(4.32점), 러시아(4.13점), 북한(3.70점) 순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화조사가 아니라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1대1 면접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한미 정부와 정치권 등에 주는 함의도 상당하다고 보여집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독자핵무장이나 잠재력 확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다음 대선과 총선 때는 독자 핵무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늘어날 수도 있겠지요. 정부와 군은 미 확장억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고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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