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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GBA·Greater Bay Airlines)이 3월3일 보잉737 맥스 항공기 15대를 구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GBA항공은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동해항공 산하 저비용항공사(LCC)로 작년 7월 정기 운항을 시작한 신규 항공사죠. 방콕과 대만, 서울, 도쿄 등에 취항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보잉은 중국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죠. 맞수인 에어버스가 매년 수십대씩 신규 주문을 받은 데 반해, 보잉은 주문이 거의 끊겼습니다. 더욱이 737 맥스는 2018년과 2019년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잇달아 추락사고가 발생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비행금지처분을 받았죠. 그랬던 보잉이 중국계 항공사로부터 이 기종에 대한 신규 주문을 받은 겁니다.
◇“보잉 구매는 상업적 선택”
이번 계약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중형 여객기 C919가 동방항공에 인도돼 첫 상업 운항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어요. 당연히 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한 기자들은 GBA항공사 황추뱌오(黃楚標) 회장에게 왜 C919가 아니라 보잉 737맥스를 구입하는지를 캐물었습니다. C919는 보잉 737, 에어버스 A320 등과 비슷한 급의 기종이죠.
황 회장은 이 질문에 대해 “동해항공도 20여대의 737기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수년간 운항해보니 원가와 안전성이 좋은 기종”이라며 “정치와 무관한 상업적 거래”라고 답했습니다. 또 “앞으로 C919를 구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공급 능력이 보잉만큼 좋지 않다”고도 했더군요.
황 회장은 공급 능력만 언급했지만, 사실 C919는 언제 상업 운항이 시작될지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GBA항공 같은 적은 규모의 저비용 항공사가 사기에는 공급 능력과 안전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기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험 비행 첫날 엔진 고장
C919는 작년 하반기 중국민항국 운항 허가 절차가 마무리돼 12월에 동방항공에 첫 물량이 들어갔습니다. 동방항공은 올해 2월1일 상업 운항을 앞두고 마지막 100시간 시험 비행을 시작했죠. 그런데 시험 비행을 시작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상하이 훙챠오비행장을 출발해 베이징 다싱비행장에 도착할 때 좌측 엔진의 역추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요. 애초에는 다싱비행장을 출발해 안후이성 허페이로 갈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역추진 장치는 활주로에 내려앉은 비행기가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역할을 하죠. 이 기능이 고장 났다고 운항을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착륙 안전 측면에서 큰 결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관영 매체들은 2월1일 동방항공의 C919 시험 비행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분위기를 띄웠죠. 관영 신화통신은 기자가 직접 C919를 타고 체험 비행을 한 기사를 올렸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작년 12월말 1면에 마지막 100시간 시험 비행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이후로는 일절 이 사고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요. 소셜미디어 등에 사고가 난 엔진이 중국산이 아니라 미국 GE와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 법인인 CFM인터내셔널이 공급한 LEAF-1C 엔진이라는 글만 올라옵니다. 공급사의 문제라는 거죠. 아무튼 이번 사고로 3월부터 상업 운항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틀어져 버렸습니다.
◇“누가 첫 승객 되고 싶겠나”
중국은 2007년 중형 여객기 개발 계획을 세웠고, 2008년 이 사업을 담당한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를 설립했죠. 중국은 2021년 기준 등록 민항기 대수가 4045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 민항기 시장입니다. 이 시장을 계속 보잉사와 에어버스에 내주지 않고 자체 개발 여객기로 충당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었죠.
하지만 여객기 개발 과정은 쉽지가 않았어요. 처음엔 2016년쯤 상업 운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여객기 설계와 제조, 비행 성능, 안정성 등의 분야에서 계속 문제가 생겨 차일피일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이를테면 랜딩기어를 자체 개발했는데, 강도가 떨어져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식이었죠.
그러다 보니 기체와 날개, 내부 인테리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치를 서방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았다고 합니다. 48개 부품 공급 기업 중 중국 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고 해요. 엔진을 비롯한 동력 장치, 항전항법시스템, 이착륙장치, 전원공급시스템 등 여객기의 핵심 장비와 부품은 모두 서방 기업들이 공급합니다. C919를 ‘민족의 자랑’으로 선전하지만 사실상 무늬만 중국산인 거죠.
중대형 여객기 개발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신뢰할만한 안전성도 갖춰야 하죠. 벌써 중국 내에서는 “순조롭게 시험 비행이 마무리된다 해도 누가 C919의 첫 승객이 되고 싶겠냐”는 글이 올라옵니다. 동방항공이 C919를 인천 노선에 투입한다면 우리나라 승객들도 탑승을 망설이게 될 거예요.
더 큰 고민은 핵심 부품을 모두 서방에서 공급받다 보니 제재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서방이 제재에 나서면 여객기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 있는 거죠. 중국은 서방 의존을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 러시아 통합항공사(UAC) 와 중대형 여객기 CR929를 합작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 프로젝트 역시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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