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3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복합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탄소산업 국회포럼'에서 발표자 및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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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로봇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대세로 부상하고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각광받는 소재가 탄소섬유 등 탄소복합재인데요,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는 첫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감시정찰 자주국방의 상징이 된 425사업 정찰위성에도 적지 않은 탄소복합재들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런 한국형 로켓·전투기의 상징적인 존재에 들어가는 탄소복합재들에 국산은 하나도 없고 모두 외국 수입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탄소복합재 세계 시장 2030년엔 101조원 규모로 성장

탄소 소재는 탄소섬유, 활성탄소, 인조흑연, 카본블랙,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6대 분야로 나뉘는데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계를 극복한 신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드론,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등의 상용화에 따라 경량, 고강도 소재 필요성이 부각돼 항공우주, 자동차, 에너지, 스포츠, 토목건축, 의학 및 기타 산업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탄소복합재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24조6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4배 수준인 101조7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데요, 특히 우주 항공·방산분야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2030년엔 우주항공방산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풍력(12.3%), 자동차(6.1%), 스포츠/레저(4.8%), 기타(20.8%)가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 누리호에 적지 않은 탄소복합재가 사용됐지만 국산은 전혀 없었고 전부 외국산이었다. /뉴스1

마침 지난 20일 국회에서 탄소복합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이 열렸는데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가 주관한 ‘탄소산업 국회포럼’이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120여명의 탄소복합재 관련 민·관·군 및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이날 포럼은 탄소산업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 관련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국산 탄소복합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었는데요,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등도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 국산 우주발사체, 위성, 항공기 등에 국산 탄소복합재는 ‘제로’

박종수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장이 ‘우주항공·방산 시대에 대응하는 탄소복합재 국산화 발전 방향’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는데요, 박 회장은 글로벌 탄소복합재 동향과 국내 탄소복합재 경쟁력 및 현황을 설명하고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발표한 탄소복합재 경쟁력 강화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이날 ‘우주항공·방산 시장 확대에 따른 국산 탄소복합재 적용 현황’을 발표한 권기철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산업정책실장은 우리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에서 국산 탄소복합재들이 하나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해 관심을 끌었는데요, 권 실장에 따르면 우주 분야에선 나로호와 누리호, 민간 소형발사체, 425 정찰위성을 비롯한 인공위성 등이, 민간항공 분야에선 보잉747 등 절충교역으로 제작하는 상용기 부품 등이 모두 해외 탄소복합재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시험비행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4호기. KF-21에는 전체 중량의 13% 가량 탄소복합재가 사용됐지만 모두 외국산이다. /KAI

국가안보상 국산 소재를 써야할 필요성이 더 큰 방산 제품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전체 중량의 13%)을 비롯, 사단급 무인기 등 각종 무인기 동체, 수리온 헬기 로터 블레이드, 미사일 발사관 등에 탄소복합재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또한 국산은 ‘제로’라고 합니다.

◇ 국산 적용실적 부족과 국제 인증문제로 외국산 탄소복합재 사용

이는 비록 국내 탄소복합재 기술이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적용실적 ) 부족과 국제 인증문제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권 실장은 “우주항공·방산 분야에서 국산 탄소섬유 및 중간재 적용이 하나도 없고 100%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탄소섬유 및 중간재 기술확보와 양산 적용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송민환 한국항공우주산업 차세대 비행체기술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국산복합재가 필요함에도 지금까지 국산 복합재를 적용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보고 지금 함께 노력하면 향후 개발될 항공기에는 적용할 기회가 있다”면서 ① 최상위 제품 로드맵 수립과 재료 선행 개발, ② 민·군 상호인증을 통한 국가와 기업의 이중 업무부담 해소, ③ 국내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산 복합재 정의 고민 필요성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2년12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탄소복합재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성곤 한국항공우주진흥협회 수석 매니저는 절충교역의 실태를 여러 사례를 들어 상세히 공개했는데요, 그는 “국내업체가 자체적으로 해외인증을 신청하면 200억원 이상의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며 “다른 사업과 연계 없이 소재 인증만으로 절충교역이 가능하고, 최소 5배 이상의 가치승수를 적용해 주는 방향으로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가 패널 토의 사회를 맡아 조준현 방사청 방위사업미래혁신담당관, 이상관 한국재료연구원 본부장, 김병로 KTL 소재부품평가센터장, 이만영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재에너지센터 팀장이 패널로 참석,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탄소복합재 관련 기관,연구소,업체 관계자들 참여 원팀 만들어야”

패널 토의가 끝난 뒤 방청석에선 강병주 전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이 “탄소복합재는 국가가 육성해야 할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관련기관, 연구소, 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원팀을 만들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방산은 수량이 적기 때문에 민간과 연결돼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고, 이헌승 의원도 마지막까지 경청한 후 “제도개선 사항을 알려주면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부에선 여러해 전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을 적극 추진해 왔는데요. 하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 소재, 특히 탄소복합재의 심각한 현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항공용 탄소복합재 부품은 전량 수입소재를 이용해 제작, 다시 해외로 수출하고 있고, 국산 소재는 해외 항공제작사의 자체 인증이 없어 적용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국내 방산부품에는 국산 탄소복합재가 부품이 개발돼 있지만 상용 항공기 시장에 비하면 소량이어서 항공품질 시스템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 국산 탄소복합재 공급체계 조속히 완성해야

현재 가까운 미래에 개발될 것으로 모두 예상하고 있는 UAM에 국산 탄소복합재를 적용하려 해도 항공용 소재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데요, 현대, 한화 같은 국내 대기업도 해외 UAM 사업에 참여하려면 항공소재 인증이 시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의 지원을 통해 우주항공방산 시장의 국산 탄소복합재 공급체계를 조속히 완성 시켜야 할 것입니다.

탄소복합재의 국내 소재인증지원, 국산 소재의 적용 트랙레코드(사용실적) 구축 지원, 해외항공 제작사에 대해 절충교역을 통한 국산 소재인증 지원 등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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