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 인터뷰 중인 신상태 재향군인회장./재향군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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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안보단체로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재향군인회(향군)에 초유의 ‘사건’이 있었는데요, 예비역 장성들이 임명 또는 선출돼왔던 회장 자리에 비(非)장성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3사 출신(3사6기) 예비역 대위가 선출된 것입니다. 기업가 출신인 신상태(72) 회장이 그 주인공인데요, 신 회장이 지난 13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 향군 4700억 누적 채무 개선 위해 다각적인 노력

향군은 47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채무 등 경영이 크게 악화돼 신회장은 지난 1년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는데요, 최근 신 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얘기 등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신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취임 1주년 맞으신 소감은?

“돌이켜보면 엊그제 취임을 한 것 같은데 향군 재도약을 위해 동분서주하다보니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회장 1년 동안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부족한 저를 70대 30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선택해 주신 대의원님들의 의도가 무엇일까? 첫째는 재정의 안정화이고, 둘째는 향군의 명예와 위상의 회복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두가지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다보니 1년이 지나갔습니다. 그 성과도 적지 않아 어느 정도 기초를 쌓았다고 봅니다.”

신상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일행이 지난 3월20일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재향군인회 제공

-4700억원에 달하는 향군 누적 부채가 그동안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지난 1년간 기업 신용도도 개선되는 등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데요.

“지난 5년 동안 외부 회계감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2년은 ‘의견 거절’, 2년은 ‘한정’을 받았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지요. 다행스럽게 2022년 회계연도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적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500여개 회계조직을 지도 감독하고, 관계자들을 집체교육 하는 등 피눈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믿을 수 없는 향군회계’가 이제는 ‘믿을 수 있는 향군회계’로 공식적인 인증을 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신용도를 바탕으로 해서 부채해소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 “재정 안정화에 심혈 기울여 향군 영업 이익률 5배 개선”

-향군 경영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요?

“향군 경영쇄신을 통한 재정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지난해는 제가 재직한 기간이 8개월에 불과합니다만 업체 전체적으로 볼 때 전년대비 매출이 약 300억원이 증가한 2200억원 정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쓰여진 판매 및 관리비는 전년 대비 약 100억원이 줄어든 26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영업 이익률이 전년도 1.8%에서 2022년 8.7%로 약 5배가 증가했습니다. 한마디로 긴축경영, 투명경영에 기초한 결과라 보고 있습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단행했습니다. 우선 본부만 83명 정원을 71명으로 감축했는데 여기에서 약 5억원의 비용이 절감됐습니다. 앞으로 산하업체의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 될 경우 더 큰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봅니다.”

-취임 후 지난해 10월 향군 비전 2030을 수립, 발표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전시(戰時) 병력지원을 목적으로 창설된 우리 향군이 지난해 10월, 창설 70주년을 맞아 ‘향군 비전 2030′을 수립해 윤석열 대통령님을 모시고 발표했습니다. 4대 비전 목표는 첫째, 안정된 재정 기반의 향군을 구축하고, 둘째, 대한민국 어디서나 신뢰 받는 향군을 건설하여 셋째, 최고·최대 안보단체 그 이상의 향군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넷째, 회원 모두가 행복한 향군 건설을 위해 각종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2022년7월 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린 참전.친목단체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재향군인회 제공

-최근 군 초급간부 확보 문제가 심각해져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언론에 관련 기고도 하셨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초급간부는 유사시 최전선을 담당하는 소위 창끝 전투력입니다. 그런데 이 창끝이 무디어 지고서야 어찌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병사들은 대선을 할 때마다 복무기간이 줄어들어 지금은 18개월인 반면, 초급간부의 대표격인 ROTC 학군장교는 28개월입니다. 월급도 병사들이 100만원에 육박하는데 직업군인인 하사는 173만원, 소위는 178만원입니다. 이마저 곧 월급 역전이 예상됩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초급간부에 대한 획기적 처우개선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 “군인 연금은 국가안보 담보로 한 보험금...공무원.교사 연금과 구분돼야”

-일각에선 병사 월급 200만원은 과도하다며 인상 속도를 늦추는 등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요즘 시중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한번 있을 때마다 병사 의무복무 기간이 두달씩 줄어들어 2050년 이후에는 10개월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200만원 병사 월급이 대통령 선거 때마다 늘어나 대기업 직원 월급을 추월할 것이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정치인의 포퓰리즘으로 재정이 거덜난 나라가 한두 나라가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징집제를 채택하고 있는 특성도 고려해 국가에 의무 봉사하는 취지에 맞게, 나라의 재정상태에 맞게, 국민들의 상식에 맞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해 한미동맹을 활용한 확장억제 강화도 의미가 있겠지만 결국 독자 핵무장밖에 없다는 의견이 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는 전반적으로 북한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다른 무기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혹자는 미국의 핵무기에 의존하자는 주장도 합니다만,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5000만 국민들의 생존을 동맹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요. 따라서 북한핵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책은 우리도 핵을 갖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핵보유는 핵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핵전쟁을 막자는 것이지요. 핵무기를 가진 나라끼리 핵전쟁을 한 사례가 없지 않습니까?”

지난 3월24일 서울 서초구 향군회관에서 향군 간부들이 제8회 서해수호의 날 안보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군인연금 개혁도 추진중인데요, 군인연금 개혁은 어떻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일반적으로 군인은 오직 전쟁준비만 하다가 갑자기 전역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 전역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역 후 생활준비를 한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만기 퇴직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교사들의 연금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군인연금은 자기 부담금인 기여금이 없고, 독일은 ‘제대군인과 그 가족의 생계를 국가가 책임진다’라고 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 “임직원들이 패배의식 벗어나 자신감 갖게 된 게 가장 큰 성과”

따라서 군인연금은 국가안보를 담보로 하는 보험금이고, 우수한 인재가 직업군인을 지원하게 하는 투자금인 것이지요. 물론 군인연금도 큰 틀에서 개혁의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만 군인연금 해당자가 아닌 제 개인 입장에서 봐도 공무원 연금이나 교원연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니 만큼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장성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향군회장이 되셨는데 지난 1년간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시는 일은?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전체적으로 향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으며, 향군의 재정 위기가 바닥을 치고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원년이 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임직원들이 그동안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신상태 향군 회장이 3월10일 태국 한국전 참전협회장 반딧 말라이아리쑨(예비역 육군 대장·왼쪽에서 3번째) 일행과 환담하며 태국군의 6.25 전쟁 참전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재향군인회 제공

◇ “향군은 단순 친목단체 아닌 소중한 국가자산”

-국민, 정부 등에 더 하시고 말씀은?

“향군이 과거 일부 지도부의 일탈로 국민들을 실망시켜 드린적이 있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지휘부가 앞장서서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향군을 쇄신하고 있습니다. 1100만 제대군인들의 안보 결사체인 향군은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니라 소중한 국가자산입니다. 사랑으로 믿고 성원해 주신다면 국가안보 제2보루, 국민들의 향군으로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지속적인 성원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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