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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월20일 베이징발로 재미있는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중국군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군과 충돌했을 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전투기는 세계 최강이라는 F-22가 아니라 우리 공군도 도입해 운용 중인 F-35라는 결론을 냈다는 내용이었어요. 스텔스기로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데다 첨단 전자전 장비까지 갖춰 중국 방공망이 포착해 요격하기가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은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격월간 학술지 ‘현대방어기술’에 게재됐는데, 이 매체는 1973년 창간된 군사과학 분야의 정통 학술지에요. 방공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고체 추진 로켓 등을 개발하는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총공사(CASIC)라는 국유기업이 발행기관입니다. 사실상 중국군 내부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곳에서 중국 방공망이 F-35에 취약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지난 2월28일 발행된 현대방어기술 표지. 중국을 대표하는 군수업체 중 하나인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총공사(CASIC)가 발행하는 군사과학 분야 학술지이다. F-35에 관한 논문이 담긴 최신호는 아직 홈페지에 올라오지 않았다. /현대방어기술

◇“모든 거리 구간서 상당한 위협”

이 논문은 스텔스 기능을 가진 F-22와 F-35 전투기, B-2와 B-1B 폭격기, XQ-58A와 RQ-180 무인기 등이 중국 연안에 접근할 때 거리 단계별로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고 합니다. 연안으로 500㎞, 300㎞, 100㎞ 단위로 가까이 접근할 때 중국 방공 레이더가 이를 식별해 요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거죠.

F-22와 F-35 전투기는 모든 구간에서 ‘상당한(significant)’ 위협인 것으로 분석됐지만, 그중에서도 F-35가 실제 충돌이 발생했을 때 훨씬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F-22에 비해 용도가 더 다양하고 유능한 전투기로 꼽혔다는 거예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35A 전투기. /조선일보DB

1980년대 후반부터 개발이 시작된 F-22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꼽힙니다.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 기동 능력이 뛰어나고 최고 마하 2.5의 속도를 낸다고 하죠. 다만,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투기여서 지상 목표물에 대한 공격 능력이 취약하고 가격이 비싼 것 등이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이에 반해 2000년대 나온 F-35는 기동 능력은 F-22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공대공·공대지 공격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이죠. 최근에 개발된 만큼 스텔스 기능과 레이더 성능, 각종 전자센서, 전자전 장비 등이 F-22보다 훨씬 더 좋다고 합니다.

◇중국 방공부대, 연구 직접 참여

중국군 역시 F-35를 더 위협적으로 보는 이유로 이 전투기에 탑재된 첨단 항공전자 시스템과 멀티롤(multi role) 능력을 들었다고 해요. F-35는 중국 방공망에 걸리지 않고 연안에 접근하면서 탑재한 레이더와 각종 센서로 주요 공격 목표물을 탐지하는 첩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합니다. 또 B-2 전략 폭격기 등을 호위하면서 침투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합니다.

F-35는 미국령 괌과 주일 미군기지 등에 배치돼 있고,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도 주력 전투기로 운용하고 있죠. 수백대에 이르는 F-35가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의 주요 미사일 기지와 지휘소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대만 침공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연구에 참여하는 중국군 31649부대의 위치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바오쥔천(鮑俊臣)이 이끄는 허페이국방과학기술대 연구팀과 광둥성 인민해방군 31649부대라고 해요. 국방과기대 허페이캠퍼스는 항공 전자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입니다. 31649부대는 부대 기능이 공개돼 있지 않은데, 레이더 등에 대한 연구 논문 여러 곳에 부대 이름이 올라와 있는 걸 감안하면 방공망 운용 부대인 것으로 보여요. 부대는 남중국해에 접해 있는 광둥성 산웨이(汕尾)라는 곳에 있는데, 대만에서는 서쪽으로 500㎞ 떨어진 곳입니다.

연구진 구성으로 보면 중국군 방공부대가 실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자료를 허페이 국방과기대 연구진이 분석하고 평가한 것으로 보여요.

◇“무인전투기 위협도 무시 못해”

연구진은 미국의 스텔스 전략 폭격기인 B-2와 B-1B도 연안에서 300㎞ 떨어진 거리에서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군이 운용하는 MQ-9 무인기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XQ-58A와 RQ-180 스텔스 무인기 등은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평가했다고 해요.

연구진이 이 논문을 쓴 건 대만 공격을 준비 중인 중국군에 대응 태세 강화를 촉구하려는 의도일 겁니다. 첨단 레이더 개발과 전자전 능력 향상을 통해 미군 스텔스기 공격에 대비하라는 거죠.

미 공군의 소형 스텔스 무인 전투기 XQ-58 발키리. F-35와 함께 편대비행을 하면서 지상의 레이더 기지나 방공 무기 등을 공격할 수 있다. /미 공군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전자전을 통해 미국 스텔스 전투기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소프트 킬(soft kill), 중국판 패트리엇이라는 훙치-9 대공미사일과 J-20 스텔스 전투기 등을 이용해 직접 격추하는 하드 킬(hard kill) 등을 제시했습니다. 여러 기관과 장비가 복합 영역에서 F-35 전투기를 탐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고 해요.

역으로 유추해보면 중국군의 레이더 탐지 능력과 방공망이 미국 스텔스 폭격기와 전투기의 공격을 막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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