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박물관에서 12월 16일까지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군의 발굴 성과를 소개하는 ‘고분에 고분을 더하다’ 특별전을 열고 있어요. 임당동 고분군의 무덤은 1982년 도굴됐는데, 이곳에서 나온 순금제 귀걸이와 은제 허리띠, 고리자루큰칼 등의 중요한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되기 직전 당국에 적발돼 그 중요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어요. 이에 같은 해 영남대 박물관이 정식 발굴을 실시했는데요. 올해가 이 유적을 조사하기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라서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를 열었다고 해요. 경산 임당동 고분군이 어떤 곳이고, 어떤 중요한 발견이 있었는지 알아볼까요?

◇압독국 사람들의 흔적 담겨

임당동 고분군은 행정구역 상 경산시 임당동·조영동·압량면 부적리 일대에 걸쳐 분포하는 경산 지역의 대표적인 고분군이에요. 이곳에서는 초기 철기 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의 무덤 1700여 기가 확인됐어요. 장기간에 걸쳐 무덤이 축조됐다는 사실을 통해 이곳을 만든 집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세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지요.

무덤에서는 2만8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는데요. 특히 4세기부터 6세기까지 축조된 봉토 밑지름 20m 이상, 높이 4m 이상의 대형 고총(高塚)에서는 금동관을 비롯해 고리자루칼과 갑옷, 각종 무기류, 다종다양한 토기들이 발견됐죠.

삼국사기에는 “파사왕 23년(102) 압독국(押督國)의 왕이 신라에 항복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임당동 고분군이 있는 경산은 이 ‘압독국’이라는 나라가 있던 곳이에요. 압독국은 ‘압량국(押梁國)’이라고도 했는데, 지금도 경산시에는 압량면이 있어요. 압량면 일대에 자리한 임당동 고분군은 압독국 사람들의 공동 무덤이라 할 수 있지요.

임당동 고분군에서는 금동관이나 금동신발·은제허리띠·귀걸이·팔찌·반지 등 경주 지역 고분에서 보이는 신라 귀금속 장신구가 모두 출토됐어요. 무덤 주인이 이런 장신구를 착용함으로써 자신들의 권위를 과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여요. 연구자들은 이런 종류의 물건을 ‘위세품(prestige goods)’이라 부르는데요. 위세품은 사회 지배층이 자신들의 특권적 지위에 맞게 독점적으로 소유한 희귀한 물품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삼국시대에는 금동관·귀걸이 같은 귀금속 장식품이나 중국 도자기처럼 외국에서 수입한 물건이 위세품으로 사용됐어요.

금동관이나 금동신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구하는 것도 힘들어요. 그래서 압독국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했다기보다 신라의 중앙인 경주에서 제작해 압독국의 유력자들에게 하사한 것으로 생각돼요.

◇고인골 통해 만난 1500년 전 임당인들

임당동 고분군 발굴에서는 300여 개체의 사람 뼈와 수천 점의 동·식물 자료 등이 출토됐는데요. 이는 다른 유적에서 드러나지 않은 희귀한 자료예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고인골(古人骨·유적 등에서 발굴되는 인골)이 발견되면 이를 한데 모아 화장하거나 다른 곳에 옮겨 따로 묻어줬어요. 죽은 사람의 뼈를 함부로 훼손하면 벌을 받는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그러나 1980년대 임당을 발굴하던 연구자들은 인골의 작은 조각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이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어요. 그 덕분에 현재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매장 당시 나이와 성별, 생전에 앓던 질병 등 이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특히 임당동 고분군에서는 지금까지 총 29기의 무덤에서 ‘순장(殉葬)’의 흔적이 확인됐고, DNA 분석에 의해 순장자의 혈연 관계가 밝혀졌어요. 순장은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를 따라 다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른 사람을 강제로 죽여서 무덤 주인과 함께 묻는 장례 습속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5세기 중반에 축조된 ‘조영 CⅠ-1호’ 무덤의 경우 무덤 주인은 31~40세 정도 남성인데, 15~18세 남성과 4~8세 여자아이가 함께 매장돼 있었어요. 딸린무덤(무덤의 옆에 딸린 조그마한 무덤)에는 41~60세 정도의 남성과 36~50세 정도의 여성이 함께 묻혀 있었지요. DNA 분석 결과, 딸린무덤에 묻힌 남녀는 부부이며 이 부부의 딸이 중심무덤에 순장된 여자아이라는 것이 밝혀졌어요. 그 밖에도 순장 무덤에서는 남매 관계나 조부·손자녀, 삼촌과 조카, 사촌지간 등 다양한 확대가족의 모습이 확인됐어요.

순장묘 가운데 무덤 주인이 성인인 경우 순장자의 대부분은 20세 이하였는데요. 그들은 생전에 주인을 모시던 시동(심부름을 하는 아이)이나 시녀로, 죽은 다음에도 그를 돕길 바라는 마음으로 순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83명의 순장자 중 16명의 머리 주변에서 귀걸이가 확인됐어요. 금동제나 은제가 많지만 금으로 만든 귀걸이도 2건이나 됐어요. 노비뿐 아니라 지위가 높은 사람도 순장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요. 또 조영동 딸린무덤의 순장자 주변에서는 다량의 복어 뼈가 발견돼 순장을 할 때 복어 독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답니다. 고대사회에서 순장에는 현재의 삶이 죽어서도 이어진다는 믿음이 깔려 있어요.

◇아주 오래된 제사 음식, 돔배기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토막 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고기를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예요. 지금도 많은 경상도 사람이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잔칫날, 명절 혹은 제사 때면 돔배기를 상에 올린다고 하는데요.

임당동 고분군에서는 뼈만 남은 돔배기가 토기에 담긴 채 발견됐어요. 굽다리접시 같은 제기(제사에 쓰는 그릇)에 담겨 있거나, 둥근 단지에 최대 1m에 달하는 상어 한 마리가 잘려서 통째로 담긴 채 남아 있기도 했어요. 동해나 남해 바닷가에서 포획한 상어를 말리거나 소금을 뿌려 염장한 다음 저장용 토기에 담아 먼 거리를 운송한 거예요. 경산에 살던 압독국의 유력자들은 돔배기를 제사상에 올리면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능력을 과시했답니다.

이처럼 대구·경주·경산 등 경상도의 유적에서는 상어 뼈나 이빨이 출토되곤 하는데요. 무덤 속에서 출토된 이 유물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묻어준 마지막 제사 음식이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