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르시아만 남서쪽에 있는 국가 바레인에서 지난 5일(현지 시각) 야외 미사를 집전(執典·의식을 집행하는 것)했어요. 중동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레인은 이슬람 국가인데요. 인구의 약 70%가 무슬림(이슬람교도)인 바레인에 현직 교황이 방문한 건 처음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와 무슬림 간 소통을 위해 교황이 바레인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돼요.
통상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고기와 술은 금지된 음식입니다. 예컨대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을 전혀 먹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판매조차 하지 않아요. 특히 술을 유통하다 걸리면 엄격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되지요.
그런데 바레인에서는 이슬람 교도가 아닌 경우에 한해 술과 돼지고기를 사고, 먹을 수 있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무슬림은 왜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지, 종교와 식습관이 연결된 다른 국가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돼지고기·술을 먹지 마라”
무슬림이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이슬람 경전(經典·종교 교리를 적은 책) 코란에 근거한 거예요. 이슬람교도에게 코란은 기독교 성경과 같은 의미를 갖는데요. 이슬람교도들은 더 철저하게 그 내용을 지키려 하는 경향이 있어요.
코란에는 “죽은 동물의 고기나 피, 돼지고기, 신의 이름으로 도살하지 않은 동물의 고기·술 등을 먹지 말라”고 나와 있는데요. 이런 금지된 것을 두고 ‘하람(Haram)’이라고 해요. 율법에 따라 이슬람식으로 도축된 소나 양·염소 등 허용된 것을 두고는 ‘할랄(Halal)’이라고 하지요.
이 중에서도 돼지는 “만지면 손을 반드시 씻으라”고 할 정도로 금기시되는 동물이에요. 이슬람교에서 돼지를 특히 불경(不敬)하게 여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양하답니다. 중동 지역의 자연 환경이 돼지를 기르기에는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고, 잡식성인 돼지가 인간의 주식인 곡물을 축내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어 아예 키우지 않도록 섭취도 금지했다는 의견도 있어요. 단, 예외적으로 돼지고기인지 모르고 섭취하거나,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하는 상황인 경우는 허락합니다.
코란에는 술에 대한 구절도 나오는데요. 무슬림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기도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 술에는 선과 악이 있지만 악이 선보다 크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있어요. 무슬림은 이 구절들을 맥주나 포도주 및 증류주와 같은, 취하게 하는 모든 음료 섭취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한답니다.
◇바레인은 비(非)교도 위해 술·돼지 일부 허용
그런데 바레인에서는 왜 술과 돼지고기의 판매나 섭취가 일부 허용되는 걸까요? 바레인은 33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 군도(群島)인데요. 바레인은 이슬람 율법을 중시하는 국가이긴 하지만, 주변 이슬람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고대 시대부터 상업 중심지였던 바레인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데요. 기원전 3000년쯤부터 현재 바레인 지역에서는 딜문(Dilmun)이라는 고대 왕국이 번성했습니다. 이 왕국은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더스 문명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했지요. 그러면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관용적인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바레인 인구는 약 150만명인데요. 이 중 절반이 외국인이라고 해요. 그래서 비(非)이슬람 교도의 문화와 식습관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일부 허가받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판매하고 있답니다.
바레인 내 보수적인 일부 정치인은 “이슬람의 율법을 지켜야 한다”며 2010년과 2015년 각각 술과 돼지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이 법안은 “비무슬림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고 합니다.
◇과거엔 소고기 먹었던 인도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힌두교도는 소를 먹지 않아요.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와 달리 힌두교도가 소를 먹지 않는 것은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이에요. 인도의 길거리에서는 소가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요.
그런데 힌두교에서 소를 처음부터 신성시했던 건 아니에요. 기원전 1500년~기원전 600년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힌두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 베다(Veda)에는 “유목민이 축제에서 암소를 도살하고 먹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요. 당시에는 소를 신성시하지 않았고, 소고기를 금지하지도 않았던 거예요.
소가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합니다. “인도 최고 신인 시바신이 흰 소를 타고 다닌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설, 소가 농경사회에서 인간에게 비료·노동력 등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는데요. 인도인의 조상인 아리아인은 원래 유목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인도 영토에 정착하고 점차 농경 중심 사회가 되면서 소를 먹지 않게 됐다는 거지요.
힌두교도 중에는 소뿐만 아니라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많은데요. 기원전 500년쯤 인도에 등장한 불교와 자이나교 영향으로 살생으로 얻어지는 고기를 불경하게 보기 때문이에요. 또 계급사회인 인도의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들은 심지어 생선도 육류로 간주해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힌두교에서는 돼지고기를 금지하고 있지 않은데요. 하지만 많은 수의 힌두교인이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여겨서 먹지 않는다고 해요. 특히 인도에서는 돼지가 보통 우리에 버려지는 음식을 먹기 때문에 돼지를 온갖 세균을 갖고 있는 동물로 여기고, 가장 낮은 계급만 먹는 음식으로 치부되고 있지요.
◇되새김질하는 동물 고기만 허용
이스라엘과 같은 유대교 국가도 종교에 따른 엄격한 식(食)문화를 갖고 있어요. 유대인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코셔 푸드(Kosher Food)’라고 하는데요. 유대교에서는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을 수 없는 음식 유형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또 재료뿐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고 검사하는 방식도 법으로 정해져 있고요.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은 유대 경전인 토라(Torah)에 적힌 내용을 따른 거예요. 예를 들면 토라에서는 소·양·염소와 같이 발굽이 갈라져 있고, 되새김질하는 동물의 고기만 식재료로 허용하고 있어요. 돼지는 발굽이 갈라져 있긴 하지만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대교에서도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우유·버터·치즈와 같은 모든 유제품도 경전에서 허용된 동물에게서 나온 것만을 먹습니다. 조개·게·새우 등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바다 생물은 허용돼 있지 않기 때문에 먹지 않지요.
[무슬림과 어류]
코란에는 “바다에서 취해진 음식은 너희와 여행자들을 위해 허용한다”고 나와 있어요. 그럼 무슬림은 바다에서 취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요? 이를 두고는 이슬람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데요. 예컨대 바다에 사는 모든 동물을 할랄로 여겨 갑각류·두족류·장어 등을 모두 먹어도 되는 것으로 여기는 학파가 있고, 갑각류나 장어는 금지하고 다른 어류만 허용하는 학파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