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현감독 '접속'이 젊은 관객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제

작사인 명필름측 집계로는 추석 시즌 9월18일 개봉해 9일까지만 서울에

서 36만2천명이 관람했다. 한국영화론 올들어 관객이 가장 많이 들었던

'비트' 스코어 41만명에 육박하는 기록이다.

지난 4일 35회 대종상도 젊

은 영화에 대한 칭찬에 인색해온 관례를 깨고 '접속'에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6개 트로피를 안겼다.

'접속'이 부른 현상은 영화 한편 히트라는 표현으론 설명이 모자란다.

PC통신을 통해 사랑을 교감하는 '접속'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시 네티즌들이다. 협찬사였던 유니텔을 비롯한 PC통신은 요즘 가입자

가 10% 가까이 늘었다. 통신서비스 관계자들은 '접속 특수'라는 표현을

쓴다.

어느 PC통신이든 영화나 문화관계 대화방, 게시판에 절반 넘게 '접속'
논의가 뜬다. '접속 어디서 상영하죠?' '접속에 나온 음반가게 어디
죠?'….

젊은이들 감각과 생활 패턴을 예리하게 관찰해 반영했던 디테일들은
거꾸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극중 한석규와 전도연
이 쓴 통신ID '해피엔드'와 '여인2'를 모방해 '해피엔드2' '여인 3'같은
ID가 유행이다.

음악쪽에선 사운드트랙 앨범 인기가 폭발적이다. 지난 7일까지 관객
수와 거의 비슷한 31만1천8백17장을 주문받았다. 극중 사랑의 계기를 만
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올드팝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
바흐의 곡을 편곡한 '어 러버즈 콘체르토(A Lover's Concerto)'는 애청
곡 수위를 다툰다. 드라마 '애인'이 어른 세대에게 사회적 현상이 됐듯
사이버 스페이스의 사랑과 교감을 다룬 '접속'은 신세대들에게 일종의
문화증후군을 만들고 있다.

그 원천은 '오늘 이 곳' 젊은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영화에
부합했다는 데 있겠다. 이념의 데모대가 사라진 거리, 대면 커뮤니케이
션보다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몇시간씩 대면하며 물화된 정보와 마주
하고, 24시간 편의점과 인스턴트음식, 인스턴트 사진을 즐기는 세대 감
성을 제대로 소화해낸 결과다. 그것은 틀에 박힌 로맨틱 멜로나 액션 코
미디에서 허우적대는 한국영화들 사이에서 볼 영화를 찾아 헤매던 관객
들을 파고 들어갔다.

이 영화를 밋밋하기 짝없는 진부한 사랑영화라고 깎아내렸던 어른 관
객들은 놀랄 일이지만, '접속'현상은 97년을 기점으로 극장가가 '영상세
대신인류'들에게 점령당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 내러티브 위주 영화를
벗어나 음악과 색채를 중요하게 쓰는 이미지 위주 '접속'이 히트한 것은
한국영화 기획자들도 일종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인다.

영화 프로듀서 차승재씨는 "90년대초 '결혼이야기' 성공이 로맨틱 코
미디 흐름을 만든 것처럼 올해 '비트'와 '접속' 돌풍은 한국영화가 코미
디와 액션 집착증에서 벗어나는 새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김명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