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우먼' `나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를 만든 폴란드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는 웅얼거리는듯 독특한 영상과 불가해한 인
물, 모호한 대사를 결합해왔다. 그는`인간 사고나 욕망이 단순한 뇌
분비작용에 불과하다 고 믿는 유물론자. 샤머니즘과 고고학, 정신
분석학을 뒤섞어 극도로 난해한 `샤만카'(Chamanka·4일 개봉)를 내
놓았다.

`샤만카'는 고삐풀린 리비도를 무의식의 시궁창에 풀어놓은 것 같
다. 강렬하게 깔리다 갑자기 끊겨 화면에 진공을 만든 뒤 다시 이어
지는 음악이 최면처럼 관객을 끌어들였다 내팽개친다. 2500년 된 미
라를 발굴한 인류학 교수 미셸은 머리 상처를 통해 수천년전 신비를
벗기려 한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여대생과 관계하며 그녀에게 빠져든
다.

영화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처럼 격렬한 정사로 시작해 인
간과 문명의 대립항들을 충돌시키거나 융합한다. 미셸의 생활과 생
각은 설명적 화법으로 묘사하는 데 비해, 여자는 이름조차 없이 파
편적 이미지에 담는다. 과격한 둘 관계에선 문명과 야만, 이성과 욕
망,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에 대한 본능), 아폴로와 디오니소스가
뒤섞여 서로 물어뜯다 끝내 한 몸뚱이가 된다.

하지만 `샤만카' 는 프로이트 이론을 기계적으로 대입한듯한 인상
을 준다. 성욕과 자기파멸 욕구를 연결하는 숱한 동어반복에서 짙게
풍겨나는 것은 체액이 아니라 포르말린 냄새다. 영화를 고통스럽게
해득한 끝에 손에 쥔 의미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단순명료해 허망하
다.(* 이동진기자·dj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