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25)은 고양이를 닮았다. 부드럽다. 빠르다. 무엇인가 노리고 있다.

김연경은 97년 작품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이후
문예지에 발표했던 8편의 중단편을 모아 이번에 새 작품집 '미성년'
(문학과지성사)을 냈다. 김연경은 18일 "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순으로 8편을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첫작품이 '피아노, 그린비의
상상'(작가세계 98년 겨울호)이다. "이인성의 '마지막 연애의 상상'(솔)을
다시 읽고 모사하듯 썼는데 결과는 전혀 다르게 됐다"고 김연경은 말했다.

김연경은 계속 솔직하다. 3년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에 변화가 있었다면
"삶이 삶 자체로 다가왔고, 사람이 그저 사람으로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이 현상을 어떤 부정도, 거부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어 문학을 전공하는 김연경은 또다른 중편이자 표제작인
'미성년'(소설과사상 99년 여름호)에 대해 "도스토예프스키를 너무나
직접적으로 패러디했기 때문에 조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는 텍스트의 안과 바깥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과 신선한
문체를 통해 낯설고도 흥미로운 소설 문법을 펼쳐 보인다", "이는 소설이
현실의 그림자이면서 텍스트의 그림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선한
미학적 전략이다"는 식의 책날개에 붙은 괴상한 문구들은 독자를 방해한다.
뒤틀린 문장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이인성, 정과리, 이광호, 김동식 등 문학과지성사의 선배들에 대해서도
김연경은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도스토예프스키 공부, 번역 일, 소설쓰기,
유학준비 등등으로 너무 바빠서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리지만, 자신감과 의욕은 아직도 차고 넘친다. 김연경은
자신에게 문학적 젖줄이란 독서체험일까 삶의 경험일까에 대해, 입으로는
후자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내심 아직도 고민 중인 것 같다.

평론가 손종업은, "어쩌면 그의 소설은 악몽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허우적거리면서 가위눌린 꿈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막상 악몽에서
벗어났을 때(…) 묘한 아쉬움과 매혹으로 이미 '그것'이 사라진 어두운
꿈속을 들여다보곤 하지 않던가"라고 말했다.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