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람들의 곰 이미지는 거칠고 무법무도하며 폭력적이라하여
부정적이다. 영어 비어(bear)의 어원은 라틴말의 거칠다는 말과
동족어라는 것만 미뤄봐도 알 수 있다. 난폭한 현장을 「곰 우리
같다」하고 「곰 이빨을 잡는다」하면 무모하게 위험을 자초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 북 아메리카, 북 일본
등의 원주민들은 그들의 조상으로 우러르고 받드는 신이 곰이며 모든
의식에서 곰가죽을 둘러쓰고 제사를 지낸다. 곰을 아버지, 큰 아버지,
아저씨로 부르는 종족도 적지않다.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어머니가 곰인 것도 바로 이 곰을 둔
신성문화권에 속한다는 증명이며 그 문화가 남하하여 곰내(웅천)
곰나루(웅진) 곰말(웅촌)등 지명을 있게 했다. 금강이 곰강에서
비롯됐고 공주의 옛 이름이 곰나루요 곰주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한국으로부터 귀화한 일본의 시조신 스사노오노미코도가 일본땅에
하강한 곳도 구마나리(곰나루=웅진)요 상고시대 한반도 대안인 일본
규슈지방에 살면서 조정에 반기를 들고 세금 내는 것을 거부했다던
귀화민족 구마소(웅습)도 곰 문화권의 남방 확대랄 수 있다.

그래선지 곰과의 친화력이 강한 우리 한국인이다. 귀여운 자녀의 이름에
이 곰이 선호되었음을 미루어봐도 알 수 있다. 곰바위 곰돌이 곰순이
곰례 등 우직하면서도 듬직하여 믿음이 가는 이름들이다. 한말의
실학문헌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지리산 산사에서 장독대에
된장독이 비면 곰의 소행으로 알았다했으며 새끼곰을 데려와 장독 뚜껑을
열고 된장 먹이는 사례가 적혀있음을 본다. 설악산에서 야생곰 기르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곰들은 빵보다 밥을, 맥주보다 막걸리를, 설탕보다
꿀을 좋아한다 했으니 된장 좋아하는 것을 비롯, 곰과 한국인의 동질성을
그로써 엿볼 수 있으며 단군신화가 새삼스러워진다.

「증보문헌비고」에 보면 호환 낭환 등 산짐승의 피해가 부지기수인데
같은 맹수인 곰으로부터 받은 피해란 서너 건밖에 없는 것도 이 친화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밀렵꾼의 횡행으로 멸종했을 것으로
아쉬워했던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무인 카메라에 잡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차제에 곰은 그 친화력에서 짐승 외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밀렵꾼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