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헌 「태평광기」에 미친 소 이야기가 나온다. 양주 사람이 집에서
소를 잡으려 하는데 이 소가 갑자기 미쳐 온 마을을 날뛰자 다른 소들도
뒤따라 온 고을이 미친 소떼에 유린당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데 그 고을 수령 앞에 한 호인이 나타나 이 미친 소떼를 다잡을 수
있는 짐승이 있다고 했다. 수천금을 주어 그 짐승을 가져오게 했는데, 큰
개처럼 생겼고 빛깔이 푸른데 천하 맹수도 다 잡아 먹는다는 것이다.
미친 소떼 속에 풀어놓자 흙먼지를 일으키더니 소들의 목과 다리를
모조리 분질러 놓았다 했다.

광우병이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우리나라에 전염성 우역의
역사도 유구하다. 고려 인종 때 서남지역에 우역이 있었다는 것을 필두로
조선조 중종 때에는 평안도의 소들이 몰사했는데 관에서 조사한 수만도
4106마리나 된다. 선조 10년에는 조선 팔도에 우역이 번져 씨가
말랐으며, 논밭 갈 소가 없어 사람이 소 대신 쟁기를 끌고 갈았다 했다.
현종 이후로는 우역 유행주기가 30년 20년으로 좁아지더니 한말에는 10년
주기로 번지곤 했던 것이다.

우역에 대한 의서도 적지 않았는데, 그 증상을 살펴보면 열이 심하여
혼미에 빠지고 미친 기운이 돌아 안절부절하지 못하다 주저앉으며 코끝이
메마르고 침을 많이 흘린다 했으니 지금 유럽을 공황에 몰아넣고 있는
광우병 증세와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우역이 번지면 소입을 벌려 사람 오줌을 먹이는 등의 민간요법도 없지
않으나 일관을 보내 천지신명에게 기도하거나 귀신이 두려워한다는
쇠뿔에 붉은 흙칠을 하거나 붉은 천을 묶어두는 것이 고작이었다. 중요한
것은 우역이 번진 요인을, 소에 대한 살생계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응징으로 알았다는 점이다. 소를 앞에 두고 욕말을 하지 않았으리 만큼
인간화했던 조상들인지라 우역이 번졌을 때마다 살생계를 범한
때문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돌았었다. 국가 제사의 희생을 관장하는
장생서의 소가 새끼 밴 것을 알고도 관노가 이 소를 잡으려 들자 그
어미소가 실성해 발광하기 시작했다던가ㅡ. 유럽의 광우병 발병요인으로
동물성 사료를 먹였기 때문이라고 하니, 살생계에 대한 저항이라는
차원에서 동서가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