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간지와 방송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10대들의 사건을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하고 있다. 중학생이 폭탄사이트를 유료로
운영하고, 자살사이트를 드나들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지고, 독극물을
마셔 숨지고, 친구를 목졸라 기절하게한 후 마구 때려 깨우는
'기절게임'을 하다 구속되고….

하지만 이 아이들 거의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평소 중·상위권의 성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우연히 반사회적인 사이트에 잘못 접속하여 이러한
일들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문제사이트를 전면
단속하기만 하면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간과해 버린다.

그러나 10대가 자기의 목숨을 끊고, 타인의 생명을 게임의 재료로 삼을
만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잔인해지는 것을, 반사회적
사이트 접속으로만 그 책임을 돌리기에는 문제의 사안이 너무나 심각하고
그 뿌리가 깊다고 생각한다. 이 모두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몇 가지 전조
행동이 보이게 된다.

"이젠 삶도 질리고 지쳤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초등학생은 아마도 이전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를 여러
모양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아나키스트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유료 폭탄제조사이트를 올린 중학생은 이 사회의 질서와
통제를 따르는 것이 얼마나 분통 터지는가를 직·간접적으로 노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아이들이 표현하는 괴로움, 어려움, 분한
마음을 주변의 어른들이 알아주고 이해하려는 여유가 있었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정상적인 가정,
정상적인 학교의 기준을 좀더 철저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사람의 목숨에 대해 이토록 무심해질 만큼 괴로워하고
잔인해지는 과정의 변화와 여러 가지 전조 행동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 그리고 그 안의 우리 어른들은 어떤 점수를 받아야
하나?

정상 이하의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자식이 부모의 거울이듯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 어른들의 정직한 거울이다.
인명과 인권에 대해 이토록 무감각한 우리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이들의 생명과 권리에 그토록 무심했음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갑자기 떨어져 경쟁의 대열에서 멀어지면 부모들은 그
변화를 너무나 민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인격이 다치고, 소홀히
취급당하며 속으로 울고, 울분을 토할 때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왔다. 최근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은
불건전한 '어른 문화'의 반영이 아닐까?

아이들의 '엽기 문화'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는 기성세대가 조성한
세태와 어른들의 가치관 및 언행이 만들어 놓은 열악한 환경을 통탄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물들어 가면서 그들 속에 잠재한
창의력을 자발적으로 개발하지 못한다. 앞으로 사이버 공간은 점점 더
확장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유해사이트는 날로 교묘히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10대들이 이러한 유해사이트에 접속하여 더욱 인명을
경시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무서운 괴물처럼 변해가기 전에 이들을
소중한 인격으로 존중하며 기다려주고 가르치는 정상적인 가정, 학교,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어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10대를 살려야 하며 청소년 문제를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