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간지 리뷰...’당대비평’서 임지현교수 재론 ##

현 시대 한국인들은 파시스트적 독소에 어느 만큼 오염돼 있는가.

"파시즘은 정치 권력뿐아니라 민중들의 일상생활속에 깊숙히 뿌리박혀있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서양사)가 99년 '당대비평' 가을호를 통해 '일상적 파시즘' 논의를 제기했을 때, 학계는 물론 사회운동진영까지 충격을 받았다. 파시즘이 정치 혹은 경제권력의 형태로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행동하는 태도에도 침투해있고, 특히 파시즘을 반대하는 사회운동진영도 파시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묵살하거나 간과해온 핵심을 짚어낸 탁견이란 찬사가 나오는가 하면, "민중을 파시스트로 간주하고, 민중을 적으로 돌리는 논리"라거나 "극우와 '내통'하는 논리이며 진보 허무주의"라는 비판까지 '와글와글'했다.

논쟁의 한복판에 서있던 임 교수가 계간지 봄 호에서 다시 전의를 가다듬었다. 최근 발간된 '당대비평'에서 임교수는 그간 '일상적 파시즘론'에 쏟아진 비판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당대비평'은 97년 창간 이래 한국사회에서 비판의 성역으로 남아있던 민족주의나 사회운동진영 내부에도 화살을 겨눠 지식 사회에서 독특한 관점을 보여줘 온 계간지다.

임교수는 '일상적 파시즘 논의의 진일보를 위하여'란 발제문에서 그간 자신에 대한 비판이 "텍스트에 대한 성실한 읽기보다는 인상 비판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던 군부독재와 달리 1990년대 민주화과정을 통해, 내면화된 규율과 가치 체계를 통한 합의와 자발적 복종을 유도하고 있다"며 "권력에 의해 의도된 무의식적 습관과 태도 등에 파시즘이 구석구석 침투해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경제적 파시즘에만 주목하는 사회운동진영과 이들의 민중관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는 "파시즘의 전선이 정치·경제적 억압에서 일상적 삶의 전면에 확대돼있으며 파시즘에 저항하는 마르크스주의 운동 자체도 파시즘적인 억압기제를 내장한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저항과 투쟁의 변혁주체로서의 민중을 강조하는 기존의 과학적 민중론은 사실상 민중을 전유하기위해 밑으로부터의 시각을 가장한 위로부터의 시각일뿐"이라고 단언한다.

반론이 없을 리없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역시 '당대비평'에 수록된 토론에서 "일상적 파시즘론은 특정 역사적 국면에 나타난 파시즘의 개념을 일반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파시즘은 1차대전 이후 후발 자본주의국가에서 농민들의 권위주의적 정서와 후발자본주의의 위기가 맞물려 나타난 정치적 지배체제를 설명하는 개념인데 현재의 수동적인 민중들의 의식과 태도 일반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김철 연세대 교수는 임 교수가 모든 현상을 '권력'이란 하나의 코드로 환원시키고, 그것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도리어 '권력지향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파시즘적 형태를 띠고 있다고 역공격한다. 고정갑희 한신대 영문과 교수는 반권력의 파시즘화를 비판함으로써 반권력 자체를 부인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김진호(당대비평 편집위원)·박환무(인하대 강사)씨가 논평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