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왼쪽)가 나카타

'꼬레아노 안=페루자의 희망.'

안정환(25)이 꿈의 10번을 배정받으면서 페루자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스페인 전지훈련을 마친 안정환은 22일 구단으로부터 10번 유니폼을 전달받고 26일 개막되는 세리에A 2001∼2002시즌에서의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나카타(파르마)도 10번을 받아 아시아 출신 세리에A 리거들이 나란히 10번을 달고 뛰는 묘한 인연을 갖게 됐다.

대우 로얄즈와 부산 아이콘스, 이탈리아 데뷔 시즌서 줄곧 8번을 달았던 안정환에게 10번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 축구에서 10번은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에 국한된 '귀족 번호'. 지단(프랑스) 히바우두(브라질) 오르테가(아르헨티나) 등이 10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월드컵을 거슬러 올라가면 펠레, 마라도나, 지코, 플라티니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탈리아에선 대표팀 주전인 토티(AS 로마)와 델 피에로(유벤투스)를 비롯해 이적료(5400만달러) 3위를 마크한 크레스포(라치오), 루이 코스타(AC 밀란) 등이 포함돼 있다. 페루자는 지난해 칠레 출신 공격수 엑토르 타피아가 10번을 달았으나 시즌 도중 방출되며 빛을 보지 못했다.

페루자가 안정환에게 10번을 배정한 속내는 플레이메이커나 처진 스트라이커의 막중한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 낼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코스미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 사우다티의 부상으로 안정환을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전진 배치시켰으나, 최전방 바로 뒤에서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감각적인 패스워크로 공-수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가 적격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스페인 레알 바야돌리드 친선전서도 안정환을 플레이메이커로 투입했다. 안정환 본인도 플레이메이커를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만큼 양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구단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안정환은 22일 산 베네데테세, 23일 폰테 베쿄 등 아마추어팀과의 평가전에 출전해 막바지 컨디션을 조절한다.

한편 안정환의 에이전트 안종복씨(이플레이어 대표)는 21일 가우치 구단주와 만나 연봉(40만달러) 인상 외에 내년 1월 이적에 대비해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해 다시 4차 협상을 가질 계획이다.

〈스포츠조선 김미연 기자 ibi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