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선물 ’‘봄날은 간다 ’로 올해 멜로에서 강세를 보였던 이영애.(위 왼쪽부터),‘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의 송강호.‘몸값 ’은 최고 수준이다,미남 스타 장동건.올해 ‘친구 ’에서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아래 왼쪽부터)

한국 영화, 속편은 없다?

99년 최고 히트작 '주유소 습격 사건', 말더듬는 뜨내기 건달 송강호와
조폭 한석규, 욕쟁이 검사 최민식이 함께 나왔던 '넘버3', 박신양과
전도연 커플의 '약속'… 한국 영화 관객점유율이 50%를 바라보는
2001년, 이들 왕년의 히트작을 그때 그 배우들로 다시 '드림팀'
짠다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제작자들은 비명을 지른다.

이유는 하나. 엄청나게 치솟아오른 출연료의 장벽이다.

이성재 유지태 유오성 강성진 그리고 정준, 이요원… '주유소 습격
사건' 출연진 모두가 오늘 한국 영화 주역급 스타다. 이성재는 코믹
액션 '신라의 달밤'으로 전국 4백만명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신작
'공공의 적'에서 억대 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무대뽀'로
독특한 개성을 보였던 유오성은 영화 '친구'가 전국 800만을 넘기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스타 자리에 등극했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신작 '챔피언'을 찍으면서 그가 받는 출연료는 수억대. 이성재와
마찬가지로 출연료가 세배 이상 뛰었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유지태. 머리를 하얗게 물들였던 그는 '봄날은
간다'를 통해 차세대 주역급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물론 출연료는 억대.
700만원을 받았던 '주유소…' 시절과 비교하면 20배 넘는 초특급
성장이다. 주유소 알바 소녀 이요원은 텔레비전 드라마 '푸른 안개'의
성공으로 스타 대열에 끼였고, '고양이를 부탁해' 개봉에 이어
'아프리카'를 찍고있다. "오리지널 출연진을 다시 모으려면
출연료만도 10억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충무로의 한 제작자는 새삼
놀라와한다.

한국도 이제 본격적 억대 출연료 시대다. 흥행 규모가 커지고, 충무로에
투자 자본이 몰리면서 이제 1억원, 2억원은 보통 일이 됐다. 배우만
억대가 아니다. 영화 감독들도 억대 연출료에, 장기 계약까지 하는
시대다. 쓸만한 배우, 될만한 스타만 잡으면 다음은 일사천리다. 이름에
비해 흥행 안되기로 이름났던 남자배우A씨는 영화 2편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당장 3억원대 스타로 떠올랐다. 그나마 아직 호가(호가)일
뿐, 1년 가까이 다음 작품을 결정하지 않고 이것 저것 고르고 있다.

어떤 배우가 '스타'로 불릴 수 있을까. 일찌기 스타 시스템이 자리잡은
할리우드에서는 관객동원력을 단연 스타의 본질로 꼽는다. 톰 크루즈, 짐
캐리, 줄리아 로버츠 같이 편당 출연료가 2000만 달러(약260억원)에
이르는 배우는 전세계적인 관객 동원력을 인정받는 경우.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구체적 기준은 없지만, 서울 관객 40만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배우라면 확실한 스타다.

순전히 관객 동원 기준으로 보자면 올해 한국 영화 최고 스타는
'친구'의 유오성ㆍ장동건. 둘 중 더 많은 돈을 챙긴 것은 장동건으로,
출연료를 적게 정한 대신 서울 관객 40만명을 넘기면 한사람에 100원씩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던 것이 적중, 총 5억 넘는 수입을 얻었다.지금까지
인센티브 포함 출연료 최고 기록은 한석규가 '쉬리'에서 가져간
10억원(15억원설도 있다)으로 알려져있다.

장동건이나 이병헌 같이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오래전부터 스타로
살아온 배우들에 비하면 연극 무대에서 영화 단역, 조역 등 차곡 차곡
단계를 밟아 스크린 스타가 된 송강호, 유오성, 신하균 같은 경우는 더
이야기 거리가 많다.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처음 얼굴을 내밀고 3백만원을 받았던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JSA'가 전국 관객 580만명을 공식기록한 뒤 첫 신작인
'복수는 나의 것'에서 출연료 3억원에 서울 40만명을 넘기면 관객
한사람에 600원씩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다.

여배우들 출연료도 만만찮다. '접속'으로 스타 대열에 오른 전도연은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2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 '물고기자리'에서 올 봄
'인디안썸머', 최근의 '흑수선'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이미연이나 '선물'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도 억대 출연료를 기록
중이다.

스타급 조연들의 출연료도 만만치 않다. '넘버3'의 재떨이 역 이후
순박하면서도 코믹한 이미지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박상면은 최근
'조폭마누라'와 '달마야 놀자'가 잇달아 대박 터지면서 출연료
1억원짜리 조연이 됐다. '반칙왕' '달마야 놀자'에 이어
'흑수선'에서도 짭짤한 단역(!)을 맡은 김수로도 '달마…'에서
7000만원을 받았다. 비슷한 배역이 보통 1000만원 정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스타 몸값'의 비논리성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 영화계에는 할리우드와는 완연히 다른 특이한 법칙이 있다. 한번
올라간 몸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제작 규모와도 별개다.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2000만 달러를 받은 줄리아 로버츠가 소품인
'멕시칸'에서는 1000만달러, '아메리칸 스윗하트'에서는 700만
달러를 받고 '조 블랙의 사람'에서 1700만 달러를 받은 브래드 피트가
'스내치'에서는 몇백만으로 떨어지지만 한국 영화계에선 출연을 안할망정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한때 '거품'논란도 있었지만, 이제 투자
자본이 넘치면서 그같은 비난은 쑥 들어갔다. "배우는 없는데 만들겠다는
영화만 연 100여편이니 10억원을 달란들 안주고 못배길 시대가 올 것
같다"고 제작자들은 입을 모은다.

◆은퇴선언 심은하 - 잠수2년 한석규 캐스팅 1순위

스타가 흥행을 좌우하는 열쇠라면, 현재 한국 영화 캐스팅 1순위는
누굴까.

흥미롭게도, 남녀배우 모두 기대 1순위는 '부르는 게 값'이랄,
호가(호가)는 있지만 실제 거래는 없는 두 사람이다. 한석규와 심은하.
허진호 감독의 성가를 올린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둘의 공연은 99년 말 개봉한 '텔 미 섬딩'으로 이어졌다.

'텔 미 섬딩' 이후 심은하는 변혁 감독의 소품 '인터뷰'를 끝으로
영화 출연은 물론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했으며 한석규는 '텔 미 섬딩'
이후 CF에만 나오고 있다.

한석규는 출연료 3~5억에 인센티브 무제한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실제 출연작 결정은 없는 상태. 심은하는 결혼설에 이은 파혼 소식 후
최근 '은퇴'선언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