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 통이나 왔어?"
민주당 대선 경선을 취재 중인 주요 신문사 기자들은 매일 아침이면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노무현(盧武鉉) 경선 후보의 언론관이 파문을 불러일으킨 이후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욕설과 저주를 담은 이메일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나온 현상이다.

이메일 중에는 유치한 장난으로 치부할 내용도 있지만, 기자와 언론사 간부들의 생명을 거론하며 위협적인 언사를 거침없이 토해내는 것도 적지않다.

"12월이 너거(너희) 양아치들 제사날이야! 그 전에 교통사고나 암으로 뒈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겠지" "자결(自決)하세요" "계속 그렇게 미친 짓 하며 욕먹으면서 살기 바란다."
이런 '저주 이메일'이 지상(紙上)에 보도된 9일 한 네티즌은 또다시 "그럴 만한 짓을 했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심하던 2년 전에도 조선일보 식구들은 소름끼치는 ‘저주 이메일’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 기자 3명이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진보매체를 자임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글이 한 달간 게시돼 있었다. “조선 기자들의 암 발생 기쁜 소식. 하늘이 그런 나쁜 놈들을 그냥 넘어갈 리는 없다. 말기를 거쳐서 신속하게 사망에 이르기를 바란다” “암세포야 힘내라. 앞으로 너희들(암세포)에게 온갖 고통이 따를지라도 흔들리지 말고 버티거라.”

언론의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의하고 반론을 펼 수는 있다. 그것이 이성적인 언어로 합리적인 토론의 장(場)에서 이뤄진다면 언론에도 보약이 된다. 그러나 커튼 뒤에 숨어서 남이 보지 않는다고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사회와 토론문화를 말살하는 비겁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