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맛 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지난달 27일 운명한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사망하기 전까지 TV 공익광고에
나와 금연운동에 앞장섰다. 애연가로 알려진 그가 작년 10월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후 금연 전도사로 나서자 그의 폐암 종류를 전해들은 일부
의사들은 적잖이 의아해 했다.

이주일씨의 폐암은 폐암의 여러 종류 중 비(非)소세포성암이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小)세포와 비(非)소세포로 나누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폐선암(肺線癌)이었다. 폐선암은 주로 여자에게서 생기고,
흡연과 상관이 없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이주일씨의 금연운동에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다.

이주일씨 본인도 투병생활 초창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술 담배와
관계없고 여자들이 걸리는 폐암 증세"라며 "제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나 하고 살아온 길을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왜 금연운동에 발벗고 나섰을까? 거기에는 의사들의 무지를
바로 잡은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다.

폐선암이 흡연과 관련 없다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 등 익히 흡연과 관련 있다고 밝혀진 폐암은
흡연자의 경우 암 발생 위험도가 10~20배 인데 반해 폐선암은 6배 정도로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게다가 최신의 미국 통계에 따르면
폐선암 환자 중 흡연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으며, 설사 흡연
경력이 없는 폐선암 환자도 간접흡연과 연관있을 것이라는 것이 폐암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이주일씨의 주치의였던 이진수 병원장은 이같은 사실을 그에게
주지시켰고, 그는 금연운동에 나서게 된다. 한국인의 경우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1배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금연을 시작한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폐암에 걸릴
위험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과 비슷해진다. 이주일씨는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