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 96년 특혜시비 속에 193억원이나 주고 사들인 남구 문학동
별장아파트 터가 4년째 빈 땅으로 놀고 있다. 이와관련 시민들은 "이는
당초 별다르게 사용할 용도도 없는 것을 무리하게 사들인 데 따른 당연한
결과여서 지금이라도 엄청난 예산 낭비에 대해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들인 과정=문학산 기슭에 있던 별장아파트는 원래 6층짜리 5개 동에
14~15평형 384가구였다. 지난 88년7월 완공됐으나 94년 이 아파트 바로
위에 문학경기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돌 깨는 작업 때문에 너무 시끄럽고,
건물에도 금이 가는 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해결책을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장 건설 공사를 막는 등
점점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99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이 운동장을 지어
체전 때 쓰겠다고 했던 인천시는 이 때문에 공사가 계속 늦어지자
96년7월 이 아파트를 모두 사들였다. 사들인 값은 193억 2100만원.
입주민들은 그 뒤 98년말까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특혜 시비=이 아파트의 집단 민원은 문학경기장을 지을 때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시는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생기는
직·간접적 민원 모두를 시공업체가 해결한다"는 내용을 넣어 경기장
건설업체들과 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르면 별장아파트 민원은
당연히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시는 민원이 생기자 "전국 체전을 치르려면 문학경기장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며 "민원 때문이 아니라 이 아파트를 인천시소속
운동 선수용 숙소로 쓰겠다"는 구실을 붙여 사들임으로써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그 뒤 이 아파트가 100여명에 불과한 인천시 선수단의
숙소로는 너무 크다는 지적과 비판이 거듭되자 시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대학기숙사, 철거민을 위한 가이주용(假移住用) 아파트 등의
용도를 검토했다. 하지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결국 1개 동과 상가
건물만 남겨 선수단 숙소로 쓰는 한편 나머지 5개 동은 모두 헐어버린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전국체전 때 쓰겠다던 문학경기장은 체전이
끝나고도 2년이 더 지난 올 1월에야 완공됐다.

■시의 활용방안과 문제= 현재는 이곳 2600여 평의 빈 땅에 하키장과
농구장, 테니스장 등을 갖춘 다목적 경기장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93억원이나 주고 아파트를 사들인 시가 14억원 정도 든다는
다목적 경기장 예산은 4년째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에도
이에 관련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당초 사들일 이유가 없는 것을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붙여 사들인 데
따른 예상된 결과여서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위해 다목적 경기장을 만들어 주면 좋은 일 아니냐"며
"하지만 시 예산 형편이 좋지 않아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崔在鎔기자 jy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