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드라마 '올인'을 보았다. 볼 만 하다. 제작비는 무려 56억원에
이른다. 이병헌의 '스타 파워'는 여전하며 송혜교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언젠가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요즘 방송작가들이 지나치게
젊고 어려 세상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다'고 했다지만, 이 드라마의
작가 최완규는 기본적인 드라마 짜임새가 뭔지 안다. 물론 연출도 고생한
흔적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찜찜하다. 체한 것 같다. 마치
다이어트 도중 폭식을 하고 난 뒤의 기분이다. 먹어서는 안될 모든 것,
TV로 보아서는 안될 모든 것이 다 있다. 피에 젖은 폭력, 돈이 두루말이
휴지처럼 계산되는 카지노, 고스톱을 치는 호스티스들의 대기실, 싸구려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심한 나이트클럽 댄서의
춤―. 이 모든 것이 '올 인'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천만이 대박 꿈을
꾸는 로또 열풍에 딱 맞춘 듯, 도박을 통한 '코리안 드림'―포커의
기초부터 바카라까지 'SBS TV 특강'을 통해 가르치고 있다. 이러다가는
'마약중개상'의 피눈물 나는 성공신화도 나올까 두렵다.

물론 송혜교와 이병헌이 찾는 보육원 아이들도 나오고 수녀님도
출연한다. 그러나 시청자로서는 수녀와 보육원 아이들에게 '도박'과
'조폭' 드라마의 당의정 역할 내지 앵벌이까지 시키는 방송사의 계산이
겁난다. 아마도 제작진은 말할 것이다. 옛 철학자 홉스의 말처럼
"삶이란 외롭고 가련하고 추하고 잔인하고 짧은 것" 아니냐고. 그런
점에서 '도박사의 인생'은 딱 떨어지는 소재이다. 게다가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 않느냐"고 말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엄밀한 의미에서
도박사가 아니라 '승부사'라고 말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상파 TV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SBS가 앞서 말한 기획의도를 지녔다면 '올인'을 지상파 드라마로
방송할게 아니라SBS 프로덕션을 통해 영화로 만들든지 했어야 했다.
한시간 반짜리 영화로, 특정한 관객들에게 보여진다면 문제없다. 하지만
지상파 채널을 통해 이처럼 수위높은 선정성과 몰가치에 입각한 오락성,
게다가 중독성을 지닌 '독약'같은 드라마를 내놓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럼 왜 보나. 안보면 되지 않느냐"고 제작진은 반문할 수 있다. TV란
묘한 매체이다. 신문이나 잡지 혹은 책처럼 '읽는 자'의 권력이
부재하다시피 한 '핫 미디어'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지만 TV
시청자는 '환자'이다. SBS는 바로 그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내주는
의사이다. 의사에게 우리가 고도의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듯 지상파
채널을 지닌 방송사에게 사회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지상파는 왜 시청률경쟁을 자제해야 하는가, 방송물을 만들 때 왜
재미를 넘어서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가의 이유이다.

이 모든 것을 간과한 덕에 SBS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이것이 SBS
드라마 '올 인'의 논리이다.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