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최해운 사장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시스(공동 사장 최해운)가 17, 18일 연일 일부 신문에 “언론사에 국민 세금 지원 웬말인가”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광고의 부제는 ‘정부·여당은 뉴스통신사 국영화 시도를 중단하라’. 뉴시스는 광고에서 “전두환 정권이래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연합뉴스의 속보뉴스시장 독점 체제를 깨고 올해 초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시스가 출범해 연합뉴스와 경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연합뉴스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합뉴스사 및 연합뉴스위원회 법안’을 심의,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 종로구청 인근 뉴시스 사무실에서 만난 최해운 사장(52)은 감기에 걸렸다면서도 연거푸 담배를 피워댔다.

―일간지에 광고를 두번이나 냈는데.

“돈이 없어 조선·중앙·동아 같은 큰 신문에는 못냈다. 다음주 초 문광위 법안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법안 통과를 막기위해 막판 로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법률안 자체가 말도 안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통과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만에 하나때문에 매달리고 있다.”

-문제의 법안인 ‘연합뉴스사 및 연합뉴스위원회 법’ 내용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부가 연합뉴스사를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해 각종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는 부처별로 연합뉴스 또는 뉴시스와 이용 계약을 맺어왔다. 그러나 제정안은 부처별이 아니라, 정부가 일괄해서 연합뉴스와 연간 단위로 계약한다는 것이다.
더욱 당황스런 것은 구독료도 연합뉴스 매출액·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는 조항이다. 주식회사인 연합뉴스에 재정자금 융자 등 각종 금융특혜을 줄 수 있는게 가장 큰 문제다."

-법 제정은 누가 주도하나.

"올 초 뉴시스 출범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연합뉴스의 적극적 로비로 문광위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01년에도 일부 의원에 의해 제출됐으나, 특정 언론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논란이 되자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연합뉴스의 소유 구조 개편(KBS·MBC가 갖고 있는 연합뉴스 지분 49%를 '뉴스통신진흥회'가 환수한다는 것)을 공약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연합뉴스사법안 제정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문광위 간사인 민주당 김성호 의원이 연합뉴스 기자 출신이라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안의 문제는 무엇인가.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겠다는 정부가 뉴스통신사의 독점은 왜 부추기는지 모르겠다. 연합뉴스사 법안은 정부가 연합뉴스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 이 회사를 사실상 국영통신사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국영·관영 통신사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 법안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부처별로 계약하던 방식을 정부가 일괄 취합해서 계약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연합뉴스는 편하게 돈을 버는 반면 뉴시스는 일일이 계약을 맺어야해 경쟁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연합뉴스 소유구조 개편 공약과 이번 법안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연합뉴스를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해 정부 휘하에 두려는 것이다. 사장·이사를 대통령이 임명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제출된 법안에 대한 연합뉴스측의 반응은 무엇인가.

“반응이랄 것도 없다. 어차피 연합뉴스가 만든 법안이니. 연합뉴스사법은 이 회사 김근 사장의 취임 공약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로비도 치열하다.”

최 사장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1995년 뉴시스의 전신인 뉴스신디케이트 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97년 공보처(현 문화관광부)에 정기간행물(통신) 등록신청을 냈지만 두 달만에 반려됐다. 정부가 정기간행물등록법상 무선국 개설 허가와 종합 뉴스 서비스 요건을 들어 통신사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냈고 2001년 6월 대법원으로부터 통신사 설립을 승인받는 최종 결정을 받아내는데는 3년 3개월이 걸렸다. 최 사장은 “국내 첫 민영통신사가 어렵게 설립됐는데, 이렇게 방해를 하다니 답답하다”고 한 숨을 푹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