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자리가 비기를 기다려야 했던 서울의 한 대형 산부인과 신생아실이 출산율 저하로 빈자리가 크게 늘고 있다.<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우리나라는 20년 후 저출산(低出産)이 빚어낼 사회·경제적 부담 때문에 ‘생존’ 자체에 큰 위협을 받을 전망이다.

지금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남한 인구는 2023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는 해가 갈수록 빨라져, 2100년 총 인구수는 현재 인구의 절반인 2310만명에 그친다(통계청).

출산율 저하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 노동력의 뼈대가 되는 젊은 세대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15~24세의 젊은 노동력 인구는 2000년 769만명에서, 2020년 587만명으로, 2030년에는 481만명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펼치는 25~49세 노동력 인구 역시, 2000년 전체 인구의 58.8% 수준이었으나 2030년엔 40%선으로 곤두박질친다. 노동 인력의 고령화(高齡化)는 곧장 국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LG경제연구소 오문석(44) 상무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무한경쟁 시대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근로자들의 부양 부담도 무거워진다. 1970년에는 15~64세 생산가능 인구 17.5명이 65세가 넘는 노인 1명을 책임졌으나, 2003년에는 그 수치가 8.6명으로 줄었다. 오는 2020년엔 4.7명, 2030년에는 2.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될 전망이다. 노동력에 투입되는 인구가 20~40세 전후 남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노인부양 부담은 훨씬 더 큰 셈이다. 이로 인해 첨예한 세대 간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

복지 비용 고갈도 우려된다. 2001년 건강보험 진료비의 1인당 부담액은 59만원에 불과하지만 2020년에는 70만원, 2050년에는 106만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늘면서 총 진료비는 증가하는 반면, 이를 부담해야 할 생산 인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역시 절박하다. 현행 제도인 보험료 9%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은 2035년 적자로 돌아서고, 이로부터 12년 후엔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경쟁력을 높여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는커녕 과중한 노인부양 부담에 허리가 꺾여 버릴지도 모른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군대 갈 젊은이도 줄어든다. 이미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필요한 대체복무요원(공익근무 등)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입영 대상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현재처럼 매년 32만명씩을 징집한다고 가정할 때, 2007년 7만명, 2025년에는 10만명이 부족해진다(병무청).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49) 상무는 "출산율이 지금 수준보다 더 떨어지면 사회 전 분야가 막대한 타격을 받아 다시 예전의 활력을 찾기 힘들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