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공개리에 열린 한 노무현 대통령 지지 모임에서 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라는 배우 명계남씨는 “나는 노무현 홍위병이고, 우리는 그의 홍위병이 돼야 한다”면서 “12월(국민투표)까지 또박또박 악랄하게 전진하자”고 말했다.

그동안 이들의 행태를 보고 ‘홍위병 같다’는 비판은 더러 있었지만, 이제 스스로 ‘노무현 홍위병’을 자처하고 나서는 그 광신적이고 맹목적인 저돌성이 국민을 섬뜩하게 만든다. 세상에 어느 안정된 민주 사회에서 대통령이 홍위병을 거느리고 그 홍위병들이 공개적으로 “악랄하게 전진”을 고함칠 수 있는 것인지 난감할 뿐이다. 악랄하게 전진한다니 어디를 향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명씨는 또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은 비겁하게 뒤에서 ‘똥침’ 놓지 말라”고도 했다. ‘친정부’라고 분류되는 언론에까지 노 대통령을 비판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셈이다. 명씨 등의 언론관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뒤 한동안 활동이 뜸하던 이들 노사모 등 지지세력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고 한다. 그 신호탄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쏘아 올렸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폭탄 선언을 한 다음 곧바로 광주 노사모 행사에 친필 서한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대선 후 노사모를 탈퇴했던 명씨가 “자랑스레 홍위병 신고한다”면서 복귀를 선언했고, 노사모 회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뽑은 대통령의 정당한 권력을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홍위병이 맞다”고 했다 한다.

이런 진행 상황을 보면서 결국 노 대통령의 근거지는 행정부나 내각이 아니고 이들 노사모 홍위병들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가장 위기인 때에 손을 내민 곳이 그들이었고, 그들은 노무현 홍위병을 자처하며 몰려들고 있다. 이런 행태가 대중 스타도 아닌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