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로 불경기 가계 지출 확~ 줄여보세요.” 그동안 떠온 100여점의 손뜨개 작품들로 개인전을 여는 것이 전삼진씨의 꿈이다. <a href=mailto:leedh@chosun.com><font color=#000000>/이덕훈기자</font><

세 딸의 엄마이자 별명이 ‘뜨개 박사’인 전삼진씨가 요즘 신바람이 났다. 2년 전 큰 맘 먹고 특허라고 출원한 것이 마침내 특허증을 따냈기 때문이다.

뜨개질로는 국내 처음 나온 특허다. 특허의 내용은 다름아닌 코바늘 뜨개기법이다. 모르는 사람이야 “손뜨개질에서 무슨 특허?” 하겠지만, 그게 간단하지 않다.

“쉽게 말하면 손뜨개질로 정장을 만드는 거예요. 이번에 특허증을 받은 기법은 진동선이나 목둘레를 팔 때 실을 끊지 않아도 되고 선을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어서 정장의 맵시를 완벽하게 살릴 수 있지요. 어떤 스타일의 정장이라도 자신의 체형에 꼭 맞게 떠낼 수 있답니다.”

전씨가 뜨개질 도사가 된 것은 불경기와 관계 있다. 오랫동안 운영해온 음악학원을 IMF사태로 문 닫고 나니 옷 한 벌 사 입기도 겁이 났다. 기십만원씩 하는 정장은 엄두도 못냈다. 손뜨개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고시절, 열 살 차이 나던 큰언니의 어깨너머로 배웠던 뜨개질. 그 중에서도 코바늘 뜨개는 “줄임과 늘임이 자유롭고, 곡선을 살리는 데도 수월해서 훨씬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남자 싱글 재킷.

부업삼아 시작했다가 특허출원까지 욕심 낸 것은 코바늘 하나로 한 벌의 정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나서다.

지금은 환갑이 넘은 큰언니가 손뜨개를 생업으로 삼은 동생에게 물려준 특별한 기법! 일본산 뜨개 견본책이 판치는 시중에 무늬그림부터 옷본, 실제 코디법까지 직접 그리고 설명한 자신의 저서 ‘쉽게 뜨는 코바늘 정장 니트’(조선일보사)를 펴낸 뒤 특허청에 그 기법을 특허출원했다.

“코바늘이 대중화돼 있다는 일본에서도 정장은 잘 엄두를 못 내거든요. 기껏해야 니트나 카디건, 코트 정도지요. 코바늘 뜨개 전문서로는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던 이 책이 막 나왔을 땐 그 속에 수록된 남자 정장 뜨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문의가 쇄도했답니다.”

마침내 특허를 따낸 전씨의 포부가 야무지다. 개인적으로는 뜨개질 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더 많은 주부들이 손뜨개를 배워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코바늘 하나로 뜬 남자 싱글 재킷과 여성미를 살린 A라인 코트.

“불경기에 손가락만 빨지 말고 손뜨개 기술이라도 배우라는 거죠. 직접 떠서 판매할 경우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좋은 건 당연하고,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가족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어요. 불경기에 왜 동대문 실 가게가 호황인 줄 아세요? 알뜰한 주부치고 뜨개질 못하는 사람 없답니다.”

문제는 인내! 물론 손뜨개 9단인 전씨에겐 노하우가 있다. 대바늘보다는 일의 진척이 빠른 코바늘 뜨개로 시작할 것. 처음부터 대작을 욕심내면 100% 중도에 포기한다. 작은 소품부터 하나씩 완성해가다 보면 인내심은 저절로! 실의 선택은 떠 입을 옷의 디자인과 색상을 정한 뒤 결정한다.

“코바늘 뜨개는 기계로도 흉내낼 수 없는 것 아시죠? 순전히 손 작업으로 이뤄져서 더 가치 있지요. 가격은 또 얼마나 저렴한가요. 5000원짜리 바늘 하나, 그리고 3만원어치 실만 있으면 남편 정장 저고리는 4일이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