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9일 ‘노사모’ 등 자신을 추종하는 단체들이 주최한 대통령 당선 1주년기념행사에 참석해 “여러분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위대한 노사모가 다시 한번 뛰어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사조직의 야간 야외집회에 참가한 사실 자체나 연설 내용을 보면서, 노 대통령이 자신을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의 수호자이며 국민통합의 상징인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철저하게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았다. ‘그들’은 “특권과 기득권과 반칙으로 세상을 주물러 온 사람들”이며 “대통령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통령을 흔들어 왔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우리는 승리했으나 대통령 선거는 끝나지 않았던 모양”이라며 노사모에게 시민혁명 완수를 호소했다.

이건 너무나 심한 덮어씌우기다. 노 정권 1년의 성적표는 이미 각종 숫자로 나와 있다. 7% 성장을 공약했던 경제는 2%대로 주저앉고, 20대에서 50대까지 실업자가 줄을 잇고, 외국의 직접 투자는 거의 반토막이 나고, 신용불량자는 300만명을 넘어섰고, 데모대는 연중무휴로 도심을 가로지르고, 국책사업들은 계속된 헛발질로 국민세금을 낭비하고, 각급 학교는 교직단체들의 투쟁장이 돼버렸고, 그 결과 국민은 기진맥진한 것이 지난 1년의 실적이다.

그런데 이 아수라장이 ‘시민 혁명’의 과정이며, ‘우리’ 탓이 아니라 ‘저들’ 탓이라면서 더욱 분명하게 적과 동지를 구분해야 한다니, 그저 할말이 없을 뿐이다. 아무리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지만 염치는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공개적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즉각 야당들이 문제 삼고 나섰다. 대통령의 법의식은 정말로 걱정스럽다.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을 낚시의 ‘떡밥’에 비유하고, 정치인들을 1급수 2급수 등으로 구분하면서 ‘작은 불법은 괜찮다’는 식이다.

대통령의 법 의식이 이래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측근 비리와 불법 선거자금 문제가 겹친 마당에 땀 흘리는 생산현장도 아니고 춥고 배고픈 불우한 이웃도 아닌, 욕지거리와 육두문자로 뒤범벅이 된 노사모 집회에 굳이 나타나 나라와 자신의 체모를 깎아내리는 대통령의 심사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