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최민수를 인터뷰한 기자와 못해본 기자.

카리스마와 터프가이의 상징이었던 최민수가 MBC 주말극 '한강수타령'의 '신률'로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부스스한 긴 머리에 세련된 옷차림, 그리고 능글능글한 말투, 하지만 인간 냄새 풀풀 나는 돈 많은 싱글.

올해 마흔셋. 불혹의 나이를 넘겼지만 배우에게 생물학적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게 만드는 배우. 새털 같이 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그들과는 분명 멀찍이 떨어져 차별화되는 개성만점의 배우 최민수를 만났다.

★'한강수타령'의 신률 머리, 그렇게 이상해요?

"머리 안 감고 찍느냐는 사람도 있는데 정말 섭섭해요.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원래 머리를 한번 길러보고 싶었던 차에 지난 3월쯤 광개토대왕이나 이순신 등을 소재로 한 사극을 할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길러봤어요. 영상언어의 시대인데 가발 쓰는 것보다는 상투 틀어올렸을 때 잔머리도 살짝 비치는 자연스러운 머리가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다 '한강수타령' 제의를 받고 머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했어요. 제작진과 상의해봤는데 신률의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긴 머리와 부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했어요. 처음 1주일간은 제가 직접 만진 머리로 촬영했는데 심지어 머리 안 감았느냐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안 되겠다 싶어 지금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젠 괜찮지 않아요?"

★'한강수타령'은 찍으면서 즐기고, '부모님전상서'는 보면서 즐겨요.

"'한강수타령'과 '부모님전상서'가 붙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사랑이 뭐길래'를 같이 한 김수현 작가님이 '부모님전상서'를 쓰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사실 볼 수 있는 날은 제 드라마는 녹화해놓고 보고 선생님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 '청춘의 덫'도 그렇고, 선생님 작품을 참 좋아하거든요. '한강수타령'의 김정수 작가님과는 '엄마의 바다'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김정수 작가님은 일반인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분이고, 김수현 작가님은 거기서 더 들어가는 쪽 같아요."

★여든 되도 건물 사이 점프할 일 있으면 해야죠.

"사실 제 또래 친구들 보면 머리와 배 등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야 연기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리를 하게 되네요. 물론 젊은이들처럼 근육 만드는 차원은 아니에요, 다만 연기라는 게 며칠씩 밤을 새는 고된 일이라 몸과 마음이 늘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는 거죠. 저는 승마, 스쿠버다이빙, 검도 등을 하며 자연스럽게 관리를 해요. 연기자라면 나이 여든이 되도 건물 사이로 뛸 일 있으면 뛰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거울 보면서 내가 너무 늙어보이고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갈수록 고독해지고 게을러지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작품 선택도 잘 안 되고. 어릴 때는 뭐든 했지만 나이 드니 달라지네요. 생산이 창조가 되면서 그런 것 같아요."

★내년부터 육사 생도한테 검도 가르쳐요.

"검도는 집중력 수련에 참 좋은 것 같아요. 연기와 비슷한 측면도 참 많고요. 말 나온 김에 검도 실력 자랑 좀 하자면, 최근에 육사 화랑제에서 검도 시범 보였고요, 내년부터는 한달에 한번 육사생도 30여명을 놓고 검도를 가르치게 됐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대한검도협회 홍보대사잖아요. 나이 들면 강원도에서 낮에는 스킨스쿠버 가르치고 밤에는 검도 가르치며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물론 부인은 돈 못 번다고 말릴지도 모르지만. 또 기회가 되면 대학 사진학과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내가 안 가봤던 곳 다니면서 좋은 것들 마음의 눈에 담아내고 싶어요."

좋은 배우는 어느 정도 다중인격자일 수밖에 없다는 최민수. 그런 의미에서 자신과 사는 부인은 "힘들지만 한 편으로는 여러 남자랑 사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껄껄 웃는다. 특유의 예감으로 왠지 다음 작품은 사극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사극은 사극이되 거울로 정면을 보여주는 기존의 사극과 달리 힘들지만 옆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극을 해보고 싶다"고 천명.

"태양은 자기가 왜 태양인지 모르고, 달은 왜 자기가 달인지 모르지 않느냐"는 화두를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진 그. 분명한 건 배우 최민수는 가장 최민수답게 연기하며 산다는 사실이다.

(스포츠조선 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