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아니 양준혁(35ㆍ삼성)이 갓 입단한 후배 투수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어줬다.

삼성의 2005년 신인투수 오승환이 지난 17일 대구 시내 한 안과에서 라식수술을 받았다. 수요일(22일) 밤 서울 올림픽파크텔서 열린 '2004 야구인의 밤'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은 오승환은 "근시 때문에 시력이 굉장히 나빴다가 수술후 1.2로 좋아졌다. 잘 보이니 기분 좋다"고 말했다.

단국대 졸업예정인 오승환은 선배 양준혁 덕분에 라식수술을 공짜로 받았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달 중순 삼성은 형제 엘리펀츠와의 3차례 친선경기를 위해 대만 원정길에 올랐다. 신인 오승환도 코칭스태프 지시에 따라 대만에 함께 갔다.

오승환은 '신인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선동열 감독의 방침에 따라 형제 엘리펀츠와의 경기에 투입됐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눈 때문에 평소에도 고생했는데, 대학 시절 경험하기 힘든 야간경기를 조명탑 아래에서 치르다보니 어려움이 컸다. 오승환은 "공 던지는 것 보다 포수가 낸 사인이 안 보여서 쩔쩔 맸다"고 말했다.

과거 최동원 정삼흠 같은 투수처럼 한국프로야구에도 안경 쓴 특급 투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투수가 시력이 나쁘다는 건 근본적으로 단점이다. 게다가 정규시즌 경기 대부분은 야간에 열린다.

눈썰미 좋은 양준혁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대만에서 (승환이가) 마운드 위에 서있는 걸 보니까 아주 가자미 눈을 해가지고 사인도 못 보고 난리를 치더라구요." 양준혁은 오승환에게 "기다려 봐~" 하더니 평소 절친한 관계인 대구의 모 안과 원장을 소개해줬다.

대충 2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들여야하는 게 라식수술이다. 최저연봉을 받게 될 신인에게 부담스런 액수지만, 오승환은 무료로 수술받았다. 양준혁은 "후배가 시력 좋아져서 잘 던지면 결국 나도 좋은 거 아니겠냐"며 껄껄 웃었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