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야구의 명예를 책임졌다.'

LG 이병규(31)가 자존심이 잔뜩 실린 총알 타구를 쏴올렸다.

지난 25일 LG의 구리 훈련장. 유니폼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이병규가 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다. KBS 2TV 인기 교양프로그램 '스펀지' 촬영을 위해서다. 이날의 주제는 8개 구기 종목을 대상으로 한 타구 스피드 측정. 야구 대표로 지목된 이병규는 출연 요청을 받고 하룻동안 고민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지난달 28일 SK전 이후 한달간 방망이조차 잡아본 일이 없으니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거기다 올시즌 타율과 안타 2관왕이라는 프리미엄은 '잘 해야 본전'이라는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결국 망설임끝에 이날 카메라 앞에 선 이병규에게 아니나 다를까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10개 넘는 공을 때렸지만 최고 스피드는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시속 135㎞. 촬영 스태프가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장비를 걷으려 하자 발끈한 이병규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 이건 창피해서 안돼요. 다시 합시다."

결국 끙끙 신음 소리까지 토해내며 풀스윙을 한 배트에 걸린 공은 최고 스피드인 시속 145㎞를 찍었다. 스태프의 박수가 터졌지만 이병규의 반응은 아직도 시원찮았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치면 이보다 훨씬 더 나오는데…." 배팅볼이 아니라 김재권 전 1군매니저가 토스해주는 공을 쳤기 때문에 제대로 된 타구 스피드가 아니라는 불만이다.

스피드 측정 다음 촬영은 송판에다 공을 때려 격파하는 장면. 이번엔 바로 코앞의 송판을 맞히지 못해 몇번의 NG를 낸 끝에 기어이 '폭파'시키는 마지막 신을 끝으로 이병규는 땀을 씻어냈다.

같은 시각 축구 대표로 포항 전용구장에서 킥 스피드 측정에 나선 이동국은 5차례 시도끝에 시속 125㎞를 찍었으며, 배구대표 후인정의 스파이크는 시속 103㎞에 머물렀다. 8개 종목 중 최고는 골프의 남영우가 때린 드라이버샷으로 시속 200㎞를 기록했다.

이날 촬영된 스펀지 녹화분은 29일 오후 6시50분 KBS 2TV로 방영된다.

(스포츠조선 박진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