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상과 감각적인 대사로 신세대 감성을 자극하는 트렌디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잔잔한 시대극 한 편이 새로 선보인다. '장밋빛 인생' 후속으로 16일 첫방송되는 KBS 2TV '황금사과'는 1960~8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4남매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그렸다.

한국인의 유전자 속 깊이 박힌 부모 형제 간의 끈끈한 정이 주제다. 여기에 지금 세대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의 기저에 깔린 옛 세대의 고단한 삶을 끄집어낸다. 이야기의 발단은 1967년 낙동강 상류 가마골의 사과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대지주 박병삼 사장과 과수원 머슴 천동, 천동의 자식인 경숙·경구·경민·금실 4남매를 둘러싼 사랑과 복수, 야망을 다뤘다.

국회의원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경민은 술래잡기 도중 계모인 금실 엄마와 박 사장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투표 하루 전날 계모가 저수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경숙 남매는 박 사장이 살인에 관련됐음을 알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계모와 불화가 잦았던 아버지 천동이 범인으로 몰린다. 억울한 누명을 쓴 천동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을 하고 만다.

4남매는 졸지에 새엄마와 아버지를 잃고 고아 신세가 되지만 꿋꿋하게 현실을 딛고 일어선다. 경숙은 서울로 올라가 다방 종업원의 빨래를 해주며 억척스레 생계를 이어가고, 경구와 경민도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해 공부를 계속한다.

하루아침에 소녀 가장으로 전락해 운명을 개척해가는 경숙 역에는 박솔미가 캐스팅됐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복수심에 불타는 경구는 김지훈, 반항적이면서도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인 경민은 지현우가 연기한다.

'옥이이모' '서울의 달' '서울 뚝배기' '한지붕 세가족' 등을 쓴 김운경 작가가 또 한 번 장기를 발휘, 주변부 인생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는다. 연출은 '명성황후' '무인시대' 등 선 굵은 사극을 만든 신창석 감독이 맡는다.

제작진은 "풍요롭지만 나약한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가난했지만 강인했던 옛 시절의 얘기를 보여주며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싶다"며 "온갖 양념으로 간하지 않은 무공해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