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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법의 철학자 헤겔은 1807년 자신의 대작 '정신현상학'을 마무리하면서 예나에 진군하는 말위의 나폴레옹을 보았다. 거기서 헤겔은 자기 나라를 점령한 적장(敵將)이 아니라 근대정신의 화신(化身)을 보았다고 했다.

프로이센의 장군 클라우제비츠는 나폴레옹과의 전쟁경험을 바탕으로 이 '전쟁론'을 완성했다. 헤겔의 '정신현상학'보다 23년이 늦은 1831년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해에 헤겔과 클라우제비츠 모두 독일을 휩쓴 콜레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 시점에서 군사전략 분야의 고전 '전쟁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 그가 이 책을 완성했을 당시만 해도 이 책은 당장 전투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최첨단 이론이었다.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다"는 그의 명제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다. 전쟁은 군인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적군을 초토화시키는 섬멸전의 개념도 클라우제비츠가 이 책에서 최초로 이론화했다. 나폴레옹 전쟁을 겪은 후에 생겨난 전쟁에 대한 적나라한 통찰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전쟁은 다분히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총과 대포를 동원한 근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쟁의 양상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국민전(國民戰)의 실상을 보여준 첫번째 저작이다. 물론 그 이후 20세기 들어와 인민전, 게릴라전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쟁양상이 생겨나면서 이 책은 낡았다는 의미에서의 고전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번역된 제1권에는 전쟁의 본질과 이론, 전략 일반과 전투에 대한 상세한 규명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앞으로 번역된 제2권에는 전투력과 방어, 제3권에는 공격, 전쟁계획 등을 담고 있어 군인들에게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본다면 전투가 아닌, 전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서는 현대의 최신 전략에까지 도달하는게 불가능할 만큼 그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 특히 군인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전략을 고민하는 정치학자들에게도 이 책은 이미 필독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주변에 '전쟁론'을 독파했다는 인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번역의 문제. 우리나라에는 1972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12종의 번역서가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일본어 중역, 발췌역인데다가 오역까지 심각해 전문가들도 원서로 읽지 않는 한 '전쟁론'을 통독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적어도 이번에 번역된 이 책은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충실한 해설까지 곁들였다. 최근 출판계에 불고 있는 '고전 재번역'의 흐름 속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얻게 됐다.

지난 6월19일 나폴레옹 전쟁 190주년을 기념해 나폴레옹을 흠모하는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당시의 야전군 전투 대형을 재연하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쟁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작‘전쟁론’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