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임금'이라지만 조선 세종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아직 초보적이다. 1950년대 김도태의 '세종대왕전기', 1970년대 홍이섭의 '세종대왕' 이후 포괄적인 전기는 없었다. 세종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세종의 생애가 태종이나 연산군 등과 비교할 때 단조롭고 평탄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종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종은 즉위 초기 처가(妻家) 일족이 몰락하는 비극을 겪었고, 재위기간 내내 큰 형님 양녕대군, 불교 문제 등에서 신하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지금과 같은 한반도 모양의 강토(疆土)를 확정한 이도 세종이었다. 국내외적으로 세종시대는 매우 역동적이고 극적인 시대였다. 세종은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반대세력까지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과 실용의 인재관을 통해 '사대부 중에 형벌로 죽은 이가 없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세종의 지난한 분투의 과정을 읽노라면 태평성대(太平聖代)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에 이은 저자의 '군주열전' 두 번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