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5일 단 하루 만에 불법 영농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철조망을 망가뜨렸으나 군·경(軍·警)은 속수무책으로 당해 이전부지 경계·보호를 맡은 군·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날 경찰의 외곽 경계망이 뚫리면서 시위대와 군 병력이 직접 충돌, 30여명의 병사가 부상하고, 국방부가 이날 밤 불법 폭력사태에 대한 자위수단 강구 입장을 밝혀 앞으로 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조망을 설치해 놓은 지역이 너무 넓고 경찰과 군 경계병력도 시위대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찾지 못해 앞으로 이전부지 경계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발생한 기지 이전 반대 세력의 기지 이전지역 난입도 너무나 쉽게 이뤄졌다. 시위대 1000여명은 미리 준비해온 절단기를 이용해 20여곳의 철조망을 자른 뒤 물밀듯이 난입해 들어갔다. 미리 준비한 가로 1m, 세로 2m의 합판을 철조망 위에 놓고 넘어가기도 했다. 철조망 안쪽에는 군 병력 2000여명 이상이 지키고 있었지만 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경계임무를 맡은 군인들은 길이 1.2m쯤 되는 곤봉과 가로 60cm, 세로 80㎝ 정도 되는 나무 방패가 있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길이 2m의 죽봉 등으로 때리는 시위대를 당해내지 못했다. 일부 장병들은 시위대에 맞아 부상을 당했으나 "얻어맞더라도 맞대응하지 말라"는 방침에 따라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일부 시위대는 죽봉과 전경에게서 빼앗은 진압봉을 가지고 경찰과 군인을 공격했고 철조망을 치면서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아들고 다니기도 했다. 부대의 굴착기와 불도저 유리창도 시위대에 의해 깨졌고 텐트 등 일부 숙영지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병사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 일렬로 대열을 형성해 시위대를 방어하려 했지만 넓은 들판 지역으로 달려나가는 시위대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시위대 일부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 군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흙더미를 집어던졌으며 구타를 하기도 했다. 철조망 곳곳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알리는 경고 문구가 있었지만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위대 관계자는 "충돌과정에서 시위대도 경찰과 군에 의해 수십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고, 평택 범대위측은 "전국의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결의대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며 투쟁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과 주민 및 반대단체 회원들의 부상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하지만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적극적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