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모델이 아니라서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까지도 얼떨떨해요. 하지만 한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

베를린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김사라(18)양이 독일 월드컵 12개 경기장 중 서부 지역 세 곳(쾰른·겔젠키르헨·도르트문트)을 홍보하는 인터넷 사이트(www.we-ll-take-you-there.de/5.0.html?&L=1)의 모델로 뽑혀 활동을 시작했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공공교통부가 지난달부터 개설한 이 사이트엔 유럽 축구팬들을 위한 월드컵 경기장 안내, 교통 및 숙박정보 등이 담겨있다. 공공교통부는 최근 서부지역 월드컵 경기장 인터넷 사이트 모델로 6명을 선발했는데 김사라양은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뽑혔다. 특히 나머지 5명이 프로모델 경력이 있는데 비해 김양만 모델 경력이 없는 완전 초보다. 김양은 서울서 태어나 작년 러시아의 음악 영재학교인 '그네신'을 졸업하고 1월 독일로 건너왔다.

그녀는 얼굴 광대뼈 부근엔 하얀색으로 살짝 페이스 페인팅을 했고, 머리카락은 빨간색으로 '브릿지 염색'을 했다. 뭔가 기쁘고 놀라운 일이 생긴 듯 환한 표정에, 두 눈망울엔 물기가 촉촉하다. 축구가 주는 감격의 순간을 표현한 것이란다. 어떻게 이 사이트의 모델이 됐느냐고 묻자 "축구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는데 석 달 전쯤, 광고계통에서 일하는 분이 제게 권유해 재미 삼아 도전했죠. 운이 좋았나 봐요"라고 말했다.

사진 촬영 과정에선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첫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분장을 하면서 얼굴에 흰색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빨간색 원을 그려 넣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일본 국기 비슷해져 바꿔달라고 했어요." 도르트문트에서 브라질과 일본의 경기가 열리긴 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일본풍' 그림이 그려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김양의 이미지는 마치 '붉은 악마' 응원단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게 됐다.

김양은 "우리 대표팀이 선전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바이올린 연주로 문화 한국의 이미지를 유럽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권경복특파원 kkb@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