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가장 멋진 골장면은 무엇일까. 상당수 축구팬들은 단독 드리블에 이어 골키퍼까지 제치며 무인지경에서 성공시키는 골을 가장 환상적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허공을 박차고 솟아올라 날리는 헤딩골을 축구의 백미로 꼽곤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얘기는 다르다. 대다수 선수들은 프리킥을 날린 볼이 골그물에 파문을 일으키는 순간에 가장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 마그누스 효과란?
회전 많이 걸릴수록 휘는 각도 훨씬 커져
852년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의 탄도를 연구하면서 발견했다. 공기의 흐름이 볼의 회전 방향과 같은 쪽에서는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이 감소하지만 그 반대쪽에서는 공기의 속도가 느려지고 압력이 증가한다는 이론. 따라서 압력이 감소하는 쪽으로 볼이 휘게 된다.
이런 마그누스 효과는 볼이 떠오르거나 옆으로 휘는 힘인 양력을 발생시킨다. 볼의 회전이 많으면 양력은 더욱 커지지만 일정한 회전에선 공의 속도가 빠를수록 양력은 줄어든다. 즉 회전이 많이 걸린 느린 볼은 똑같은 회전이 걸린 빠른 공보다 더 많은 양력을 받는다. 당연히 휘는 각도도 커진다는 얘기. 하지만 느린 볼은 아무리 많이 휘어도 골키퍼가 대처할 시간을 주며, 속도가 빠른 볼은 회전수가 낮게 마련이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프리킥은 처음엔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가 문전에선 느려지는 슈팅이다.
◆ 94년 미국대회 최다 23골
◎ 프리킥골의 통계
19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6차례 대회서 터진 프리킥골은 모두 110골. 전체 골 가운데 12.7%가 프리킥을 통해 나왔다. 직접 프리킥에 의한 득점은 44골로 전체 득점의 5.1%. 간접 프리킥에 의한 것은 66골로 7.6%를 차지했다. 프리킥골이 가장 많이 터졌던 대회는 1994년 미국월드컵으로 23골이 골망을 흔들었다. 스포츠라면 야구 밖에 몰랐던 미국인들도 프리킥의 예술을 구경하고선 축구의 묘미에 푹 빠졌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도 환상적인 프리킥골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카를로스 '최고작품'
◎ 역대 최고의 프리킥골
전문가들은 축구가 태어난 뒤 가장 환상적인 프리킥골로 주저없이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작품을 지목한다. 프랑스월드컵 개막을 1년 앞둔 1997년 6월4일. 홈팀 프랑스와 맞붙은 브라질이 프리킥 찬스를 잡았다. 프리킥 지점은 아크 정면으로 골대까지 거리는 약 30m. 키커로 나선 카를로스는 왼발로 강하게 감아찼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프랑스 수비벽을 한참 빗겨나가며 골문 바깥쪽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속칭 'X볼'처럼 보였던 볼은 갑자기 안쪽으로 휘더니 골대를 맞더니 그물에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의 수문장 바르테즈는 꼼짝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당시 카를로스의 프리킥은 초속 30m. 시속으로 따지면 108㎞였다. 볼의 회전도 초당 10회 정도가 걸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선수 가운데선 2001년 고종수가 한-일올스타팀 멤버로 나서 세계올스타팀 골네트를 흔들었던 프리킥골이 백미로 꼽힌다. 고종수의 프리킥은 직선경로와 비교해 무려 2.2~3.1m나 휘었다. 당시 세계올스타팀의 골문을 지켰던 칠라베르트는 경기 직후 "한참 빗나가는 볼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 직선슈팅땐 시속 135km
◎ 시속 135㎞의 벽을 넘어라
카를로스가 보여준 UFO슛의 속도는 시속 108㎞. 하지만 그의 프리킥은 볼에 회전을 주기 위해 속도를 늦췄다. 물리학자들은 카를로스가 스핀을 걸지 않고 직선 슈팅을 시도했다면 볼의 속도는 시속 135㎞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이 정도로 강한 힘 볼에 전달되지 않으면 UFO슛은 불가능하다는 얘기.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가운데 몇몇 젊은 피는 직선 슈팅의 스피드가 시속 130㎞에 이른다. 따라서 태극전사들도 이번 월드컵에서 카를로스의 UFO슛과 같은 멋진 프리킥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다.
◆ 무회전킥이 더 무섭다
◎ 바나나킥보다 더 무서운 무회전킥
볼에 많은 회전을 가하면서 빠른 속도까지 내는 슛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마그누스 효과에 따르면 속도가 느린 볼이 휘는 각도도 크다. 그래서 최근들어 인기를 끄는 프리킥이 바로 무회전킥. 이 킥의 원리는 변화무쌍하게 요동치는 야구의 너클볼과 같다. 회전을 주지 않은 대신 공기 저항을 활용, 골키퍼 앞에서 볼이 흔들리거나 갑자기 뚝 떨어지는 현상을 유도한다. 그동안 프리킥은 발의 인사이드나 아웃프런트로 감아찼지만 무회전킥은 회전을 줄이기 위해 볼의 한복판을 정확히 차야 한다. 이탈리아의 전문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가 무회전킥의 최고 실력자로 통한다.
◆ 베컴도 '왼발의 마술사'
◎ 프리킥의 달인들
브라질의 카를로스와 쌍벽을 이루는 전문 키커는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이다. '왼발의 마술사'로 통하는 베컴의 프리킥은 낙차가 큰 게 특징. 수비벽을 넘긴 그의 프리킥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길 것 같지만 문전에서 뚝 떨어진다. 이번 월드컵 개최국 독일에선 미카엘 발락이 프리킥을 전담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과 함께 G조에 편성된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가 번갈아 키커로 나선다. 한국은 골문까지의 거리에 따라 키커를 다변화할 예정. 20m 안팎의 짧은 거리에선 이을용과 이천수가 프리킥을 시도하며, 먼거리에선 힘이 좋은 김진규가 키커로 등장할 전망이다.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