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조선의 태평을 누리다|이한우 지음|해냄|496쪽|1만3000원 <a href=http://bookshop.chosun.com/Product/BookDetail.libro?goods_id=0100006803022 target=`_blank`><img src=http://books.chosun.com/img/bookcart1.gif width=114 border=0><

도대체 그는 누구였던가. 조선 9대 임금 성종(成宗). 전란(戰亂)은커녕 '폐비 윤씨' 말고는 별다른 사건사고도 없었던지라 그를 본격적으로 재평가하는 단행본이 나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때야말로 조선왕조가 내리막길의 기로(岐路)에 놓였던 숨가쁜 시대였다며 '반면교사형(反面敎師型) 리더십'을 끌어낸다.

저자가 '태종' '세종'에 이어 내놓은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원전에 의한 치밀한 논증과 저널리스트적인 예리한 시각으로 15세기 말의 정치상황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조선 최고의 태평성대'라고? 맞긴 맞다. 하지만 선대(先代)가 만들어 놓은 성찬을 먹기만 했을 뿐이다. 외부 세력의 시나리오에 의해 즉위했고, 대비(大妃)들의 그늘에서 시달렸으며, 성리학적 '명분'의 벽을 뛰어넘지도 못했다. 국리민복과 부국강병이란 현실적 과제는 돌아보지 못한 채 주색잡기에 빠져버렸다. 풍요로운 나라를 물려받아 쇠퇴의 기운을 물려준 그에게, 선비의 나라 조선은 기꺼이 '성군(聖君)'의 이미지를 씌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