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지역주의 청산 실패, 부동산정책 시행착오 외에는 대통령으로서 잘못한 게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송으로 생중계된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참여정부는 역사적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한 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다리를 놓고, 새로운 시대의 기반을 다지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민생문제와 관련,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참여정부의 민생문제는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생이 어려워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양극화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는데 97년 외환위기라는 태풍을 맞았다” “2003년 가계 부도 사태로 회복되던 민생이 다시 한번 무너졌다”고 말해 김영삼 정부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남발을 ‘민생파탄’의 주 원인으로 들었다. “스스로 원인을 만든 사람들(한나라당)이 ‘민생 파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데는 승복할 수 없다”면서 “적반하장이라고 대답하고 싶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경기 관리, 성장잠재력 확충, 복지 및 사회투자,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등 안보 현안 등 모든 분야에서 “원칙을 지켰다” “다음 정부는 어떤 후유증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과 관련, “6자회담이 어떤 결론이 나기 전에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나의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어느 정당에 불리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직 아무 교섭도 실체도 없는 정상회담을 가지고 ‘정상회담을 구걸하지 마라’ ‘정상회담을 하면 안 된다’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공공 부문의 (대규모 아파트) 공급정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 부족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외국인의 영주권, 시민권 정책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아직까지도 실정(失政)의 책임을 언론과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면서 “증오의 정치, 분노의 정치, 한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아까운 전파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자세는 없고 변명만 늘어 놓은 것 같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