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형태에 따라 ‘저소득층’을 6가지 유형으로 분석한 새로운 연구 논문이 나왔다. 서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소정(李素晶) 박사는 최근 학위 논문 ‘현대 소비사회의 빈곤 분석―저소득층의 소비패턴과 경제적 복지의 안정성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소득 수준에서 하위 4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은 지난 10년 동안 소비 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1998년부터 80%대에서 90%대로 상승). 저소득층이 중산층 이상의 소비 양식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급속히 성장한 대형할인점은 모든 계층의 소비공간으로 확산됐고, 신용카드의 급증도 이러한 양상을 부추겼다.

이 논문은 이어 같은 수준의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소비 형태에 따라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제각각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주로 소비하는 분야에 따라 저소득층을 ①교육 지출형(“이 성적 가지고는 대학을 못 간다는 말에 겁이 덜컥 나서 학원을 보냈어요”) ②주거 지출형(“80만원으로 한 달 생활하는데 집세가 지금 23만원씩 나가요”) ③사회적 관계 지출형(“직장에서 정장 입는 날에 나만 못 입으면 난처했어요”) ④여가 지출형(“사람이 밥만 먹고 일만 하고 살면 그게 사는 건가요?”) ⑤의료 지출형(“매일 쳇바퀴 돌듯이 일하니까 몸이 성치가 않아요”) ⑥식료품 지출형(“이래 사나 저래 사나 힘든 건 마찬가진데 즐기고 먹고 보자 그러고 외식도 해요”)으로 구분했다.〈표 참조〉

경제적 복지 측면에서 가장 안정된 ‘안정형’은 주로 고령 세대의 ‘식료품 지출형’으로, 이들은 저축이 많고 부채는 적었다. ‘준(準)안정형’은 ‘사회적 관계 지출형’으로, 저축은 많고 부채는 중간 정도였다. 젊은 세대에 많은 ‘교육 지출형’ ‘주거 지출형’ ‘여가 지출형’ 등은 저축과 부채가 모두 중간 수준인 ‘위기형’이었다. ‘의료 지출형’은 가장 적은 저축과 부채의 높은 증가 때문에 ‘불안정형’으로 구분됐다.

하지만 이들 저소득층의 소비 패턴을 ‘과소비’로 봐서는 곤란하다. 각 패턴마다 사회구조적 변동이나 가구의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시 말해 이유가 있는 소비이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 못지 않게 사회적 생존, 즉 소비의 욕구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의료·교육·주거·여가와 관련된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국가가 ‘소비의 영역’에도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 박사의 논문이 “빈곤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맞서 ‘비합리적 소비라도 사회구조적인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