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평소 꾼다고 하는 사람과 꿈을 꾸지 않는 사람. 꿈이 흑백으로 표현된다는 사람과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다는 사람. 꿈에서 불을 보면 꼭 돈이 생긴다는 사람.

꿈에 대한 설명은 많기도 많다.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욱 신비스럽고 다양한 속설들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꿈에도 의학이 있다. 꿈을 통해 알 수 있는 의학, 무엇이 있을까.

◇ 꿈, 너무 자주 선명하게 나타나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의심

회사원 김영재(33,가명)씨는 최근 몇 개월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꾼다. 꿈이 내용은 매일 다르지만 아침에 돼서 눈을 뜨면 비교적 선명히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한다.

김 씨는 “꿈을 자주 꾸기 시작한 것은 직장을 옮기면서부터”라며 “직장을 옮겼어도 크게 힘든 것 같지 않은데 꿈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수면의학회 홍보이사 박두흠 교수는 “꿈이 너무 선명하게 자주 기억되고 꿈으로 인해 자주 깨는 경우 그리고 다음날 꿈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주로 많은 꿈을 꾸게 되는 시기는 REM 수면 상태인데 이때에는 깊은 잠을 유지하기 때문에 꿈을 억지로 기억하지 않는 이상 따로 기억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반면 꿈을 자주 거의 매일같이 꾼다는 것은 꿈을 꾸는 사이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각성상태가 돼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난다면 잠자리가 편하지 못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 또는 정신과 질환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는 수면주기가 앞으로 전진돼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에 꿈을 꾸는 것보다 잠이 들고 얼마 되지 않아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한편, 박 교수는 “어른에 비해 아이들이 꿈을 많이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들이 꿈을 많이 꾸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아이들의 뇌는 아직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꿈이 더 선명할 수 있다”며 “또한 꿈을 꾸는 수면의 양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뇌의 노화와 꿈이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연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임상적으로 색이 선명한 꿈을 꾸는 사람이 흑백 꿈을 꾸는 사람보다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 꿈의 해석, 의학적 관점은?

꿈과 관련돼 가장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은 바로 꿈의 해석이다. 꿈에 돼지를 보면 돈이 생긴다거나 피를 보면 좋은 꿈이라는 등 그 해석도 가지가지. 의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꿈은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소망이 나타나기도 하고 최근의 일이 소재가 되기도 하며 자면서 느끼게 되는 신체적인 감각 변화가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프로이드는 꿈을 마음 속 무의식적인 요소가 잠을 자는 동안 표출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즉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의식하기 어려운 내용을 무의식속으로 억압하는데 잠이 들면 억압을 조절하는 이성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두려운 요소들이 의식세계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 무의식적인 욕망의 내용이 바로 꿈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한진희 교수는 “프로이드에 따르면 꿈 작업에는 상징화, 이동, 압축, 투사 등의 기제가 동원돼 마지막으로 이차가공이 이뤄진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기억되는 꿈의 내용은 위장된 무의식적 소망충족의 산물로서 단편적이거나 모호하고 퍼즐 같은 애매한 내용들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꿈의 순기능은 심리적인 보상기능이다. 예컨데 의식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억압된 무의식적 측면들이 꿈을 통해 경험되면서 심리적인 불균형 상태가 일부 보상될 수 있다.

건국대병원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꿈은 매우 주관적이며 성격적인 면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나쁜 꿈은 그런 의미에서 없다"며 최악의 경우 악몽을 꾼다고 해도 그것이 갖는 의미는 우리가 잠을 잘 수 있도록 보호해주고 꿈이란 과정으로 현실의 삶의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안전한 장소에서 해소시켜주는 기능을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한수면의학회는 꿈에는 다양한 심리적 속성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 개인의 무의식이 잘 반영되는 정신활동이기에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 가치는 적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만 만약 정확한 꿈과 관련된 의학적 치료를 원한다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