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가 고려청자를 발굴했다.’

충남 태안에 사는 어민 김용철(58)씨는 지난달 18일 조업에 나가기 전 ‘물꿈’을 꾸었다. 뱃놀이와 수영을 하는 꿈이었다. ‘물꿈을 꾸었으니 재수가 좋겠군….’

은폐 및 보호를 목적으로 소라 껍데기 같은 딱딱한 물체 속에 숨는 성질이 있는 주꾸미를 잡기 위해 그는 전날 소라 껍데기 수백 개를 ‘미끼’ 삼아 개펄에 드리웠다. 작업 초반, 몇몇 주꾸미들이 다리 빨판에 청자 조각을 붙인 상태로 잡혔다. 한데 그중 한 마리는 고려청자 대접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청자 대접을 빨판으로 끌어당겨 온 몸을 덮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문화재 발견 신고를 했고, 국립해양유물전시관(관장 성낙준)이 최근 긴급 발굴조사를 했다. 신고 지점 주변에는 국화나 덩굴무늬를 새긴 12세기 고려청자 30여 점이 흩어져 있었다. 문환석 수중발굴과장은 4일 “고려청자를 싣고 가던 12세기 배가 풍랑에 침몰한 것 같다”며 “발굴된 청자는 왕실에서 사용하던 최상품은 아니지만 고려청자 전반기의 모습을 잘 간직한 유물”이라고 했다. 전시관측은 7월 초순 정식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전남 신안이나 전북 군산 등에서 고려청자 등을 실었던 해저 유물선이 몇 차례 발굴된 적이 있지만, 주꾸미가 고려청자를 건져 올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화재청은 청자 대접 1점에 대한 감정평가 작업을 거친 뒤 최초 발견자 김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