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집권기간을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그 두 좌파정권이 경제·안보·사회질서 등의 분야에서 발전은커녕 나라를 망쳐 놓았다는 평가를 함축한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이 귀에 거슬렸던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어느 6월항쟁 기념식에서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6월 항쟁의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10일 6·10항쟁 기념사에서 “민주세력의 무능을 말하는 것은 염치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발했다. 정말 염치없는 주장들이다.

DJ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6월항쟁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말이 안 되는 논리다. 좌파의 국정파탄과 6월항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니 오히려 6월항쟁에 가장 앞서서 재를 뿌린 사람은 누구인지 따져 보자. 6월항쟁 당시 국민의 염원은 대통령직선제에 의한 군사정권의 종식이었는데, DJ가 삼자(三者)필승론을 외치면서 야권 분열에 앞장서는 바람에 군사정권을 5년간 연장시켰던 기억이 새롭지 않은가.

그러면 DJ가 자랑하는 햇볕정책은 그 의도한 바대로 북한을 개방시키고, 통일을 앞당겼던가? 북한에 대한 퍼주기를 통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개방은커녕 더욱 문을 잠근 채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도와주었을 뿐이다. 북이 핵을 가짐으로써 그만큼 통일의 길은 멀어졌다.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같은 민족에게 쏘겠느냐?”면서 무사태평한 풍조를 만들었으니 안보의식도 마비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은 저조한 경제성장은 외환위기 탓이지 자신들의 무능 탓이 아니라는, 특유의 남의 탓 타령이다. 정말 그런가? 노무현 정권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2%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마이너스 6.9%를 포함하여 5년간 평균 4.38%를 보인 김대중 정권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노 대통령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욱이 최근 3년간 전 세계의 평균성장률이 5%를 넘는 유례없는 호황 속에서 대한민국 홀로 제자리걸음이었던 점은 어쩔 것인가.

좌파정권은 지난 10년간 입만 열면 부의 분배를 내세웠지만, 분배가 개선되었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 부모는 ‘오륙도’나 ‘사오정’으로 한창 나이에 퇴직하고, 자식은 멀쩡하게 대학을 나오고도 허구한 날 백수인 나라에서 분배가 개선되었다면 이야말로 기이한 일이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도 부족한 세계화 시대에 동학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만 매달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긴 하다.

뭐 하나 잘한 구석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를 만들자고 1987년 6월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미 국민들은 현 집권세력이 국정을 이끌어 나갈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작년 5·31 지방선거에서 총체적인 파산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좌파정권 주역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잃어버린 10년’이 ‘도약을 준비한 10년’으로 바뀔 수도 있다. 우리가 압축성장을 하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과를 이뤘지만 그 와중에 부정부패와 지역주의 등의 폐해가 적지 않게 쌓이자 국민은 현 집권세력에게 이를 쓸어내라는 사명을 맡겼다. 그러나 좌파정권은 그 사명에 실패한 데다 먹고살기조차 힘들게 만들어 10년을 잃어버렸다. 이제 대다수 국민은 현 집권세력에게는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DJ 이후의 집권세력으로서는 대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이 역사에 죄짓지 않는 길이다. 그렇게 해야만 좌파의 집권기간 10년은 그나마 ‘한 번은 겪어야 할 10년’으로서 도약을 준비한 기간이었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