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로 맞아 다리가 부러졌다. 함께 일하던 두 명은 맞아 죽었는데, 시신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중국 산시(山西)성 훙둥(洪洞)현의 한 벽돌공장에서 구출된 선하이쥔(申海軍·38)은 부어 오른 왼쪽 다리를 만지며 말했다. 그는 “3개월간 매일 15시간 동안 갇혀 일했다”며 “업주 일당을 못 죽인 게 한(恨)”이라고 울부짖었다. 30여 명의 벽돌공장 ‘노예’ 중엔 6, 7명의 아동도 끼어 있었다고 선씨는 말했다.

중국 공안이 산시성과 허난(河南)성 일대의 벽돌공장들의 '현대판 노예' 사건을 수사하면서, 중국 내부의 비참한 노동·인권 실태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둔 중국인들은 파헤쳐진 치부(恥部)에 분노하고 있다.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인 중국의 '뒷모습'

헝팅한(衡庭漢)이란 업주가 경영하던 공장에선 노동자 31명이 구출됐다. 이들은 인근 대도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납치되거나, 인신매매로 팔려왔다. 하루 16시간 일해도 ‘게으름을 피운다’고 얻어맞았다고 한다. 다른 공장에서 ‘감시조’로 일하다 구속된 천(陳)모씨는 “2003년 이후 인신매매단으로부터 1명당 130위안(1만6000원)씩 20여 명을 공급받았다”고 자백했다. 신경보(新京報)는 18일 “밤마다 주변에서 매를 맞는 노동자들의 참혹한 비명이 메아리쳤다”는 노예 노동자의 진술을 전했다.

중국 공안은 지금까지 벽돌공장 2500여 곳을 급습해, 8~18세 미성년자 50여 명 등 560여 명을 ‘해방’시켰다. 업주 등 168명을 체포했다. 중국 언론은 산시성에만 최소 7500곳의 벽돌공장이 있다고 추산한다.

쓰촨(四川)성의 D직업학교에선 200여 명의 학생이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의 한 공장에서 ‘실습’ 명목으로 하루 14시간씩 강제 노동하기도 했다. 학교측은 “실습에 참가해야 졸업장을 준다”고 해,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최근 국제노동운동단체들의 연합인 플레이페어(Playfair)는 보고서에서 저장(浙江)성과 광둥성의 올림픽 기념품 공장 4곳은 12세 어린이에게까지 일을 시킨다고 폭로했다. 15일 허난성에선 4년간 118명의 아동을 납치해 전국 각지에 팔아넘긴 일가족 인신매매단이 붙잡혔다.

◆중국인들 ‘부글부글’

중국인들은 이런 대규모 인권 유린이 고위 공무원의 보호 없이 가능했겠느냐며 분노한다. 특히 왕빙빙(王兵兵)이라는 한 벽돌공장주가 훙둥현 당서기의 아들로 밝혀지자, 시민들은 흥분했다. 한펑(翰烽)이라는 네티즌은 “관리들이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비호(庇護) 공무원들의 처벌을 함께 촉구하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돈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다른 나라라면 정치적 위기와 불신임을 불러올 사안”이라고 꼬집었고, 광주일보(廣州日報)는 “중앙정부 지배력이 약화된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고, 중앙정부 차원의 조사단이 현지에 급파됐다. 공안 3만5000여 명이 조사에 투입됐다.

왕빙빙의 아버지는 해임됐다. ‘민심달래기’ 차원에서 노예 노동자 1인당 1000위안(12만원)씩의 위로비가 지급된다. 중국 공산당은 파장을 우려해 일부 언론에 보도 자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