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랄레흐 비자니와 라단 비자니 자매는 2003년 7월 분리 수술을 받다 숨졌다. 이들은 샴 쌍둥이였다. 머리가 붙은 채 29년을 살았지만 독립적인 삶을 바랐던 비자니 자매는 죽어서야 따로따로 땅 속에 묻혔다. 랄레흐는 테헤란으로 가 기자로 살기를 꿈꿨고, 라단은 고향 시라즈에 남아 변호사가 되고 싶어했다고 한다. 어쩌면 결혼을 하고 2세를 낳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분리 수술을 앞두고 라단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붙어 있지만 전혀 다른 두 사람입니다.”

유전자가 같고 한집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마저 성격과 행동이 다르다. 본질이 하나고 양육 방식도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인간의 개성과 차이가 이 책의 주제다. 양육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정교하게 비판한 ‘양육 가설’로 유명한 저자는 사립탐정처럼 글을 전개하며 개성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일관적이다. 어떤 이들은 습성이 우호적이고 어떤 이들은 적대적이다. 교실엔 주변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경솔하게 말을 뱉는 아이들도 있고, 교사가 부르면 얼굴이 빨개져 말을 더듬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행동은 학년이 올라가 교사나 급우들이 바뀌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IQ검사나 인성검사의 핵심은 사람들이 각 문항에 다른 대답을 한다는 데 있다. 야구 선수들 사이의 IQ 차이가 물리학자들간의 IQ 차이보다 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키에서는 물리학자들이 더 많은 다양성을 보일 것이다. 확실한 건 표준편차와 분산 같은 통계학적 도구를 쓰면 다양성이 수량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아이가 한 집안에서 자라더라도 경험은 아주 다를 수 있다. A는 부모로부터 애정을, B는 부모로부터 미움을 더 받을지도 모른다. A는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고 B는 운동신경이 뛰어날 수도 있다. 터울이 클 경우 형은 성가신 동생을 견뎌야 하고 동생은 부려먹는 형을 참아야 한다. 맏이는 지배적이고 공격적이고 보수적이며, 둘째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근사근하게 구는 경향이 강하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관계 체계, 집단의 구성원이 되려고 하는 사회화 체계, 경쟁자를 앞지르려 하는 지위 체계 등 세 요인이 우리를 다르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각각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다른 파트너에게 적합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비자니 자매가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갖고 싶어했던 그 개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