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들이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인공호수 외래어종 퇴치에 나섰다.

3일 오후 6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비스듬히 호수면을 비추는 가운데 25명의 낚시꾼들이 고기잡이에 몰두 중이었다. 일부는 호수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온 1~2인용 작은 배를 띄웠다. 한 쪽에서 “왔다!”란 외침이 들렸다. 가짜 미끼 루어(lure)가 달린 낚싯대가 둥글게 휘어졌고, 고무보트가 한편으로 뒤집어질 듯 기울어졌다. 10여 분 동안 씨름하니 30㎝는 돼 보이는 배스가 큰 아가리를 벌린 채 끌려 올라왔다.

낚시꾼은 “이 놈이 바로 토종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는 그 배스”라고 말했다. 그렇게 강태공들은 2시간 여 동안 30여 마리를 낚았다. 이날 낚시는 밤 11시까지 계속됐다.

이번 행사는 고양시가 호수공원 인공호수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어종 배스를 소탕하기 위해 준비했다. 시의 요청을 받은 환경부 산하단체 사단법인 한국생태보전낚시협회 회원들 및 낚시 동호인들이 지난 달 26~28일에 이어 2차로 3~5일까지 배스 잡이에 나선다. 1차 포획에선 500여 마리를 건져 올렸다. 배스 잡이에 참여한 최길용씨는 “30㎝ 정도되는 배스를 잡아 배를 갈랐더니 자기 몸 크기만한 붕어가 발견돼 이 놈들이 우리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시는 한강과 연결된 수로를 통해 배스들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 공원관리사업소 김점빈씨는 “2000년 호수공원 생태학교 어종조사 결과 16종이던 물고기 종이 작년엔 배스만 발견됐다”며 “배스가 잠자리 유충과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통에 장구벌레들이 살아남아 모기도 부쩍 많아져서 이번 배스 잡이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앞으로 3년 간 매주 3일씩 행사를 꾸준히 실시해 배스를 호수공원에서 몰아내고 토종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생태보전낚시협회 회원들 중 일산 지역에 거주하는 낚시꾼들로 ‘일산호수공원배스포획팀’을 발족시킬 계획이다. 한국생태보전낚시협회 한기욱 이사장은 “현재 일산 호수공원에서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의 60~70%가 배스로 추정될 정도로 엄청 급증했다”며 “잡은 배스는 원하는 일반인에게 나눠주거나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배스로 인해 토종어류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일본·한국 등지에선 잡은 배스를 도로 놓아주면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30만 ㎡ 넓이의 호수공원 인공호수는 낚시금지구역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순 없다.

1960년대 후반 식용 어업자원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된 배스는 강한 육식성으로 인해 토종 어류를 마구 잡아먹어 담수 생태계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외래어종이다. 1998년 생태계 위해(危害) 외래동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