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왜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의 실명을 공개했을까?

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에 고백했다는 ‘떡값 검사’는 40여명이다. 하지만 사제단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임 내정자와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등 3명의 실명만 공개했다. 그중에서도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는 검찰이 시작한 삼성 수사를 책임질 인사이다. 특히 임 내정자는 삼성 에버랜드사건 수사를 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삼성 사건의 직접 당사자이기도 하다.

더구나 실명 공개는 13일 임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연히 청문회에서는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이 최대 이슈가 됐다. 여야 의원 모두 이 문제를 거론했고, 일부 의원들은 임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이 노린 ‘홍보효과의 극대화’가 달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거꾸로 검찰에 삼성 비자금과 로비 수사를 강도 높게 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이중의 효과까지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사제단이 김 변호사와 시나리오를 짠 뒤 그 일정과 목표에 맞춰 폭로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치 특정 공격 목표를 정해 ‘정밀 타격’(surgical strike)하는 군사작전 같다는 말이다.

지난달 29일 사제단은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 제기할 때 이미 ‘떡값 검사 리스트 확보’를 얘기했고, 지난 5일에는 김 변호사가 직접 “검찰 최고위층 간부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13일엔 방송 인터뷰에서 “(삼성 떡값 검사를 입증할) 문건 형태의 자료도 있어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인국 신부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떡값 검사 문제는 삼성의 전체 비리 중 ‘부스러기’에 불과하고,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라는 촉구의 의미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