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 수용을 공식 발표하면서 동시에 특검제와 정치권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26일 오전 11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비자금에 대한) 특검 재의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의란 국회의 의결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며, 노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특검법은 원안대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는 특별검사 선임과 20일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초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삼성 특검법이 법리상으로나 정치적으로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국회에서 특검법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아 재의를 요구한다고 해서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수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수용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다만 국회가 이같은 특검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에) 보내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횡포이며, 직위의 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처럼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기 때문에 지난번에 각 당이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약했다”며 “그 공약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의 이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왜 국회가 통과를 시켜주지 않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6일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에 대해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한테 물어보면 공수처가 다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통과를 안 시켜주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 여소야대니까 특검법을 만들어내지만 앞으로 여대 국회가 되면 정부에 뭐가 있더라도 특검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 결국 다수당의 문제”라며 “그리고 국회가 이번처럼 결탁해서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 만들어 낼 때만 특검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은 좋은 제도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만 필요한 제도”라며 ”특검이 국회가 필요에 따라서 꺼내쓰는 정치적 남용의 도구가 되서는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