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삼성 특별검사법’을 원안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특검법은 법리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아 (거부권 행사를 생각했지만) 국회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돼 再議재의를 요구한다 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검 논의는 現현 검찰총장 등 검사 40여명이 삼성에게서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원씩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시작됐다. 특검은 검찰이 본래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대신 나서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이날 “(법리상·정치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 같은 특검법을 만들어 보내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횡포이고 지위 남용”이라고 토를 달았다. 특검법이 대법원이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끝난 사건을 수사 대상에 넣는 등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가 정말 이런 법리적 문제를 걱정했다면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그 문제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난데없이 사실상 오래전에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공직부패수사처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특검법안을 거부할 듯이 나왔다. 청와대의 이런 엉뚱한 시비는 특검법에 2002년 大選대선 ‘당선축하금’ 의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반발만 불러왔다.

대통령은 “우리 청와대 사람들은 전부 옛날부터 춥고 배고프게 살아와서 삼성하고 인맥을 뚫어 거래해 가며 따뜻하고 편안하게 �書비서를 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모들에게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왼팔은 물론이고 수행비서와 집사까지 대선 직후 기업으로부터 수억~십수억원을 받아 형사 처벌됐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모양이다. 명색이 反반부패담당이라는 청와대 비서관에게 삼성 현금 다발이 배달되기도 했다. 청와대 386들이 기업한테 얼마나 속을 내보였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는가.

특검 수사는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이번 특검의 성패는 사건의 성격상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만이 아니라 ‘경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된 특별검사를 뽑을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前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판·검사들을 ‘관리’한 것은 물론이고 이번 비자금 件건을 고소한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접근 리스트’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그대로 믿을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특검 후보감을 찾는 일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특검 후보를 추천해야 할 辯協변협이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